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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다시보기]HD현대글로벌서비스 알짜기업 만든 ‘사업양수’④"중복상장 리스크 본질은 이해관계 상충서 발생…물적분할 규제는 해답 안돼"

최윤신 기자공개 2023-11-30 13:19:36

[편집자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은 지난해 국내 증시의 가장 큰 화두였다. 자본시장의 문제 제기에 당국은 속도감 있게 관련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주주가치 훼손을 야기한 중복상장이 아니라 물적분할에 치중한 규제였기 때문이다. 이에 더벨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추진되는 중복상장 사례들을 들여다 보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규제의 불합리성을 짚어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임박했다. 시장에선 상장 추진이 본격화하면 ‘중복상장’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바라본다. 물적분할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현물출자를 통해 설립됐기 때문이다. 다만 HD현대그룹 계열사의 앞선 분할상장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 의견이 불거졌던 만큼 주주들이 중복상장에 거부감을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물론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명목상 물적분할로 설립되지 않았고, 설립된 지 7년이 지나 명시된 상장 관련 규제의 영향에선 자유롭다. 프리IPO 투자 유치 당시 HD현대에 상당수의 자금이 유입됐고, 상장 이후 배당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현재의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주주가치 변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설립 이후에도 그룹 계열사로부터 수차례 사업을 양도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계열사 주주가치에 영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중복상장 구조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물적분할과 상장과정에 국한한 규제가 아니라 중복상장된 회사 간 이해상충을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회사 상장 따른 HD현대 디스카운트 요인은 크지 않아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앞서 지난 9월 주관사단을 꾸리고 본격적인 상장 채비에 나섰다. 이 회사는 빠르면 올해 12월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본격적인 상장 과정에 진입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135일룰을 지키기 위해 오는 5월 중순까지 상장을 마치는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모회사인 HD현대가 상장사이기 때문에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은 모회사 주주가치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래소의 물적분할과 관련한 강화된 심사를 적용받진 않을 전망이다. 거래소의 중복상장 관련 정성적 평가 대상 기준인 ‘물적분할’과 ‘5년 내 설립’이란 조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물적분할이 아니라 현물출자 방식으로 설립됐다. 2016년 말 당시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해 현재의 HD현대그룹의 지배구조를 만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였다.

2016년 11월 15일 옛 현대중공업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사업을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이 당시 그린에너지 사업과 서비스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함께 결정됐다. 분할과 달리 별도의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달 말 법인 설립 및 절차가 마무리됐다. 설립시점엔 옛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였지만 이어진 인적분할 지배구조개편에 따라 지주사인 HD현대(옛 현대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출신성분’은 이번 상장에서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물출자를 통한 자회사 설립은 법인 설립 과정이 물적분할과 크게 다를 게 없지만 거래소의 강화된 주주보호노력 심사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분할 시점이 7년이나 지났다는 점도 정성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다만 HD현대그룹이 그간 다수의 중복상장으로 주주들로부터 빈축을 샀던 점을 고려할 때 HD현대 주주들의 HD현대글로벌서비스 상장에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HD현대그룹은 앞서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사업회사인 HD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한 뒤 이 회사를 2021년 다시 상장시켰다. 이후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후 HD현대그룹은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 상장도 추진했다. 하지만 올해 초 IPO 계획을 접고 투자자인 IMM PE가 보유한 지분 전액을 사들였다. 시장 상황을 이유로 댔지만 HD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시장에선 바라본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물적분할로 설립된 기업이 아님에도 모회사 주주들의 반발로 상장 계획을 진행하지 못한 사례로 남았다.

이런 사례를 고려할 때 HD현대글로벌서비스 상장 때도 HD현대 주주의 반발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시장에선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이 현대삼호중공업의 사례와는 다르다고 본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이 HD현대 주주가치에 악영향만 끼치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런 해석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의 자산이 HD현대 지분에 집중됐다는 데 있다. 승계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HD현대로 향하는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HD현대그룹 최대주주의 지분율 등을 고려할 때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상장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해 HD현대에 대한 배당을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당장 HD현대의 지분율이 소폭 희석되긴 하겠지만 최대주주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측면에서 자회사 상장에 따른 디스카운트 요인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HD현대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앞서 KKR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때도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HD현대의 구주를 매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KKR의 투자자금 6534억원은 HD현대로 유입됐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한 결과 투자유치 이후 HD현대의 주가는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 사업양도한 계열사 주주, 결정권은 없어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은 그 자체로는 HD현대를 제외한 다른 계열회사의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설립돼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선 계열회사의 주주가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현물출자로 설립된 이후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부터 사업을 양수받는 과정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영위하는 사업은 다양하다. 첫 분할 당시 조선·엔진·전기전자 사업부의 AS사업만을 현물출자 받았는데, 이후 사업영역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8년 현대힘스로부터 벙커링(선박연료유공급)사업을 양수했고, 2020년엔 HD한국조선해양에서 물적분할한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선박제어사업을 넘겨받았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영위하는 다양한 사업영역은 회사의 고성장을 실현시켰고, 향후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HD현대글로벌서비스에 사업을 양도한 회사들의 기회손실은 짚어 볼 지점이다.

벙커링사업과 선박제어사업은 모두 HD한국조선해양의 비상장 자회사로부터 양도받았다. 현대힘스의 경우 조선지주와 사업회사가 분할되기 이전 현대중공업의 100% 자회사였다.

2020년 선박제어사업을 넘긴 HD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 이후 만들어진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다. 상장 이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HD한국조선해양의 사업을 떼내 HD현대에 넘긴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2019년 7월 HD현대일렉트릭(당시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으로부터 196억원에 양수한 선박제어 사업을 약 1년 후 HD현대글로벌서비스에 123억원에 넘겼다. 물론 사업 양수도 과정에선 취득자산과 인수부채의 공정가치에 영업권 가격을 더해 가격이 매겨졌고, 정부의 승인까지 받았기 때문에 거래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HD현대그룹 입장에선 이런 의사결정에 근거가 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에 사업을 넘겨주는 게 그룹 전체의 관점에선 분명한 이득이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가 이런 사업양수도 결정에 의결권을 행사할 순 없었다는 게 맹점이다. 소규모 사업양수도의 경우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한데다, 100% 자회사의 사업양수도이다 보니 주주들의 결정권과는 거리가 더 멀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성장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미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가격에 매각하고 싶어 하는 주주는 없을 것"이라며 "HD한국조선해양 주주들은 이런 결정에 참여할 기회도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본질적으로 중복상장 구조에서 기인한다. 만약 상장지주사 아래 모든 기업이 비상장 회사인 구조라면 사업을 아무런 대가없이 넘긴다고해도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나 중복상장된 구조에서 ‘그룹의 이익’을 위한 결정은 개별 상장 자회사 주주가치엔 부정적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 과정의 주주권을 확대하고 물적분할로 설립된 기업의 상장을 일부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중복상장 구조에서 발생하는 주주간 다양한 이해관계 상충을 해결할 수 없다”며 “개별 상장기업의 의사결정이 해당 회사의 주주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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