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A'라는 신용등급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PF시장에 큰 변화를 안겨준 레고랜드 사태 이전부터 업황이 급격히 악화된 지금까지 A급 시공사가 채무보증 등 신용보강을 제공할 경우 본PF 조성 난이도는 극도로 낮아졌다. AA급 시공사라면 말할 것도 없다.본PF에 참여하는 금융기관들이 A급 시공사라는 뒷배를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은 사업이 갑작스레 좌초되더라도 시공사의 재무 여력을 토대로 해결 가능하다고 봤다. 시공사가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이 발동한 부지를 직접 매입해 자체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A급 시공사가 신용보강한 사업장이라도 본PF 전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A급 시공사 가운데 우발부채가 상당한 곳이나 법적인 분쟁에 휘말린 곳들 위주로 부정적인 이야기가 들려온다. 대체로 본PF 직전 브릿지론이 몇 번이나 연장된 사업장들이다.
대표적으로는 서울 강남지역에 하이엔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장을 꼽을 수 있다. 강남이라는 노른자위 입지 덕에 금융기관들이 사전청약률 50%를 달성하면 본PF를 주선하겠다고 약속한 사업장이다. A급 시공사도 참여해 채무보증과 함께 그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9월을 목표로 본PF가 추진됐으나 한 차례 미뤄졌다. 본PF 전환 직전 시행사가 확보한 사전청약률이 요구 수준을 살짝 밑돌았기 때문이다. 시행사가 2개월간 더 홍보관을 운영한 덕에 지금은 사전청약률 50%를 넘어섰다. 남은 건 주관사들의 형식적인 기표 정도였다.
문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사업 참여를 약속한 A급 시공사가 지방 사업장에서 법률 분쟁에 휘말렸다. 본PF 전환에 성공한 지방 사업장이었지만 분쟁이 이어지면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봤다. 해당 시공사가 지방 사업장의 본PF에 신용보강한 규모는 약 3000억원이다.
실제 리스크의 현실화를 우려한 공동 주관사 중 한 곳은 본PF 승인에 앞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열린 심의 자리에서는 해당 주관사가 본PF 중 책임지기로 한 몫인 1500억원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달 말로 예정된 본PF는 현재 백지화될 위기에 직면했다.
문제를 야기한 주관사가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한 만큼 온전히 시공사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조달 계획이 무산되면 A급 시공사 가운데 본PF 전환에 실패한 몇 안되는 꼬리표를 남긴다. PF시장에서 지속적인 업황 악화가 예고되는 지금 A급 시공사일지라도 대내외 리스크 관리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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