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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 인사풍향계]화재 떠나는 김용범 부회장이 남긴 성과2014년 위기 상황 속 구원투수 등판…조직혁신 이끌어 순익 1위 탈바꿈

김형석 기자공개 2023-11-22 13:30:07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용범 부회장(사진)이 8년간의 메리츠화재 사령탑을 내려놨다. 메리츠화재는 김 부회장 취임 전후 괄목할만한 변화를 겪었다. 실적부진과 조직원 간의 불신이라는 악재 속에서 취임한 그는 8년 만에 메리츠화재를 손보업 순익 1위 업체로 탈바꿈시켰다. '아메바경영'이라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안착시키며 조직원 간의 갈등 봉합과 수익성 확보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 연 순익 1조5000억 목표 조기 달성 가시화

"2024년까지 당기순이익 목표 1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

지난 2021년 초 김용범 부회장이 사내 CEO 메시지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 같은 목표는 당시 직원들의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1조5000억원 순익은 손보업계 1위였던 삼성화재가 전년도 실적(7668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2년 만에 가시권에 들어왔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1조3353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7% 급증한 액수다.

메리츠화재의 수익성은 금융당국의 회계가이드라인이 적용된 지난 3분기 더욱 돋보였다. 지난 3분기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4963억원이다. 같은 기간 손보업계 빅3인 삼성화재(4295억원)와 DB손해보험(3699억원), 현대해상(2894억원)의 실적을 뛰어넘는 수치다. 메리츠화재가 분기 당기순익에서 손보업계 1위를 한 것은 처음이다.

다른 수익성 지표에서도 메리츠화재의 성적은 괄목할만하다. 3분기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4792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5554억원) 증가한6조2913억원이었다. 보험서비스비용은 4조42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억원 줄어들며 손익 확대에 기여했다.

미래 가치를 나타내는 보험계약마진(CSM)은 9월 말 기준 10조6786억원(원수보험료 기준)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 적용과 관련한 BEL값은 약 8820억원 감소한 반면 CSM은 7250억원 늘었고, 위험조정(RA) 상각기준 변경으로 CSM 약 120억원이 감소했다.

자산운용에 강점이 있는 그는 투자손익에서도 높은 성과를 냈다. 이 기간 투자손익은 1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급증했다. 메리츠화재는 고금리에 따른 채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유 중인 장기채권에 대한 자산 분류를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의 FVPL 손실액은 870억원으로 지난해 말(1852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FVPL 수익은 지난해 말보다 487억원 증가하면서 FVPL 손익 역시 마이너스(-)981억원에서 503억원으로 전환했다.

◇ 2014년 위기 구원투수로 등판

8년 전 김 부회장이 CEO로 선임됐을 당시 메리츠화재가 지금처럼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2014년 말 그가 취임할 당시 메리츠화재는 위기를 겪고 있었다. 2014년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11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92억원에서 1566억원으로 626억원(28.56%) 줄었다.

미끼 상품인 자동차보험에 집중했지만 손해율이 급증한 탓이다. 2014년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8%에 달했다. 이는 적정 손해율인 78~82%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이밖에 시책을 높여 판매한 보장성상품에서도 손실을 냈다.

방만한 조직운영으로 직원 1인당 생산성도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2014년 기준 메리츠화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임직원수/당기순이익)은 4300만원에 불과했다. 삼성화재(1억4300만원)와 DB손보(8000만원), 현대해상(7200만원)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격차가 컸다.

그는 취임 직후 효율적인 조직 혁신을 추진했다. 그가 내세운 조직 운영 방식은 '아메바경영'이다. 아메바경영은 큰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개개인이 경영자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잘게 쪼개 직원이 실시간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보험사의 근간인 영업 조직 개편에도 힘을 쏟았다. 이를테면 ‘본부-지역단-점포’라는 3단계의 영업 관리 조직에서 본부와 지역단을 모두 없애고 본사 밑에 영업 점포로 직결되는 구조로 슬림화했다.

사장 자리를 포함한 34개 임원직 가운데 19개를 없애고 15개만 남겼다. 또 기존 8총괄 31본부였던 본사 조직의 본부(총괄)제를 없애고, 총괄은 ‘실’로, 본부는 ‘팀’으로, 팀은 ‘파트’로 격하했다. 경영관리본부와 전략기획본부를 통폐합해 경영관리팀으로 단순화하고, 인사총괄본부도 인사총무팀으로 축소했다.

이를 통해 절감된 영업 관리비용은 상품 경쟁력과 수수료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또한 김 부회장은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하며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이 밖에 보험 설계사 출신들의 본부장 승격 제도를 도입해 영업 조직에 알게 모르게 있던 신분제와 직업적 커리어의 한계를 완전 폐지하기도 했다.

인력 감축도 동시에 진행했다. 2015년 2월과 2016년 7월 두차례에 걸쳐 500명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당시 임직원수가 2600여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가량의 인력을 축소한 셈이다. 노조의 반발이 거셌지만 김 부회장은 끝까지 조직 혁신을 추진했다.

인력 감축과 효율성 확대로 절감된 영업관리비는 상품경쟁력과 설계사 지원을 강화하는데에 활용했다. 전국 221개 점포를 본사 직속의 102개 초대형 점포로 통합하며 사업가형 점포장 제도를 시행한 것도 이 시기다. 메리츠화재의 공격적인 영업 관행은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설계사 대상 엄청난 인센티브를 지급했으며 업계 최저 보험료 수준으로 상위사와 경쟁에 나섰다.

이 같은 혁신의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택과 집중으로 장기인보험 시장을 공략하면서 2019년부터 장기인보험 실적이 1위인 삼성화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2020년 말 초회보험료 기준 월별 실적으로 드디어 삼성화재를 앞지르기까지 했다. 장기인보험은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보험으로 사람의 신체, 생명 위험, 건강 등을 보장하는 상품을 뜻한다.

직원 1인당 수익성도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메르치화재의 직원 1인당 수익성은 7900만원으로 현대해상을 추월한 데 이어 2016년에는 1억4400만원으로 DB손보를 제쳤다. 2017년에는 2억400만원으로 삼성화재를 제치고 업계 1위 수익성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1인당 수익성은 3억900만원에 달한다.

원수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점유율을 살펴보면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메리츠화재 점유율이 2015년 9%에서 2020년 기준 14%까지 상승했다.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2015년 5%에서 2020년 3%로 줄어든 대신 일반 보험 부문에서는 같은 기간 6.6%에서 8%로 점유율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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