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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남긴 유산

최필우 기자공개 2024-02-13 10:52:11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용퇴 선언으로 명예로운 퇴장을 예고했다. 앞서 개시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주관 CEO 승계 프로그램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CEO의 장기 재임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한듯하다. 평소 임직원을 배려하는 온화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는 김 회장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척에서 김 회장을 보좌한 임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부드러운 면모만 갖춘 리더는 아니었다. 그가 회장에 취임한 2018년 5월, DGB금융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전임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도 공고하게 뭉친 기성 계파는 외부 출신인 김 회장에게 거세게 저항했다.

김 회장은 취임 이듬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는 결단을 내린다. 임기 초반 제왕적 지배구조를 비판하며 강조했던 회장·행장 분리선임 원칙에 반하는 결정이었다. 그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할 것을 알았지만 주도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기득권을 축소하려 했던 김 회장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행장 겸직은 DGB금융이 국내 금융권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를 갖추는 계기가 됐다. 국내 최초로 CEO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인선자문위원회를 거쳐 선발된 사외이사 주축으로 행장을 선임했다. 제왕적 권한이 선하고 유능한 리더에게 주어질 때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행장 겸직으로 성공을 거둔 기억은 회장 연임 유혹을 느끼게 했을 수 있다. 나이 규정이 걸림돌이었지만 이사회가 주도해 다른 금융지주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준비 중인 것도 명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단호하게 용퇴를 결정했다.

김 회장이 물러날 수 있었던 건 행장 겸직 때와 달리 후임자에게 남길 유산을 넉넉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인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 사명을 완수해야 했지만 이젠 그가 정립한 CEO 승계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역량과 이력 중심의 인사 제도도 자리 잡았다. 특정 학벌이 요직을 휩쓸던 전과 달리 비대구은행·비대구경북 출신 임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김 회장 재임 전후로 달라진 건 지배구조 뿐만 아니다. DGB금융은 수도권과 글로벌 시장을 넘보는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다. 대구은행은 조만간 시중은행 타이틀을 얻는다. 지난달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를 설립해 글로벌 전진기지를 마련했다. 친정인 하나금융처럼 DGB금융도 수도권과 해외 무대에서 경쟁하길 바랐던 김 회장이 남긴 자산이다.

일각에선 앞으로도 DGB금융이 대형 금융그룹과 어깨를 견주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김 회장의 업적을 발판으로 DGB금융이 진일보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CEO 승계 프로그램을 행장에서 회장으로 확대 적용하고 유능한 차기 리더를 선임하는 게 포스트 김태오 체제의 첫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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