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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1.8억달러 매도 thebell desk

최명용 THE CFO 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4-03-14 08:15:33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08:1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증시의 화제는 단연 엔비디아다. AI 반도체로 부각되면서 주당 926달러(현지시간 3월 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2조3167억달러까지 치솟았다. 한화 3000조원이 넘는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코스피 전체 종목의 시가총액이 2180조원, 코스닥종목 시가총액 전체는 408조원 규모다. 엔비디아 한 종목이 한국 증시 전체보다 더 무겁다.

이런 엔비디아에 '악재'가 터졌다. 이사 두명이 대규모로 지분을 매각했다. 텐치 콕스 이사가 주식 20만주를 850∼852달러에 팔았다. 마크 스티븐스 이사는 비슷한 가격대에 1만2000주를 매도했다. 두 이사가 매각한 주식 금액은 1억8000만달러, 한화로 2370억원 규모다.

주가가 급등하던 중 경영진이 주식을 매각하면 악재로 통하는 게 일반적이다. 내부에서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고 본다는 시그널이다. 악재를 미리 알고 팔았다면 내부정보 이용에 걸릴 일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저 세상 주식이다. 두 임원이 매각을 한 다음에도 주가는 계속 올랐다. 920달러를 넘어서더니 7일 시간외 거래에서도 추가 상승을 했다. 시간외거래 종가는 현지시간 7일 기준 2.14% 상승한 946.55 달러다.

엔비디아 지분 매각은 한국 증시를 시끄럽게 했던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과 오버랩된다.

먹튀 논란은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2021년 말 경영진이 스톱옵션을 행사한 상황을 말한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그해 12월 보유 스톡옵션의 32%인 23만주를 팔아 469억원을 현금화했다. 주가가 하락한 것은 물론이고 시장과 금융당국의 맹공이 이어졌다. 카카오 임원들에겐 '먹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류 전 대표는 내정됐던 카카오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먹튀 금지법까지 발의되고 카카오에 대해선 전방위적인 사정당국의 조사가 있었다. 김범수 의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일었고 그간 진행된 카카오의 M&A 등 사업 확장에 각종 혐의가 씌워졌다.

비슷하게 이뤄진 경영진, 내부 이사회 멤버의 지분 매각인데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국 주식 토론방에선 엔비디아 이사의 지분 매각에 대한 성토를 찾을 수 없다. 여전히 '바이앤홀드'를 외치는 주주들이 많다. 엔비디아에 비관적인 투자자들도 이사들의 지분 매각을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는다.

흔히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론 '증시 체질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주주 환원이 상대적으로 적고 재무안전성, 회계 투명성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한다. 지배구조 문제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주식을 바라보는 투자자들과 당국의 시선도 다르다. 경영진이 주식을 판다고 무조건 비난할 필요는 없다. 경영진도 세금 문제, 재투자 문제로 엑시트를 할 수 있다.

경영진이 펀더멘털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 주주환원에 힘을 쓰도록 압박을 해야지 회사 자체를 흔들면 누구도 얻을 게 없다. 카카오페이의 주가 하락엔 정부의 압력도 한 몫했다.

야후파이낸스에 올라온 엔비디아 주식 토론방의 인기글 하나는 70세 노인의 글이다. 그는 1975년부터 뮤추얼펀드 투자를 시작해 2000년 들어 본격적으로 주식을 투자했고 구글 애플 시스코 등 유망종목들을 초기부터 매입했다고 한다. 엔비디아도 매입한지 5년이 지났다. 지금이라도 엔비디아를 사서 20년은 보유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를 20년간 보유한다면 경영진의 리스크가 더 클까, 정부 규제의 리스크가 더 클까. 밸류업프로그램의 근본은 정부 규제의 완화에 있다. 밸류업을 요구하며 한편에선 과도한 이익을 경계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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