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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리밸런싱 스토리]그린 밸류체인 '각개전투', 철수와 유지 사이⑥동박·전기차 충전 등 사업영역 중첩…미래사업 투자 조정될 수도

김동현 기자공개 2024-03-29 09:08:00

[편집자주]

SK그룹이 작년 말 대규모 인적쇄신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점검, 비용 감축으로 경영 고삐를 죄고 있다. 근래 최태원 회장의 '해현경장(解弦更張)' 발언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등판은 그룹의 위기의식을 대변한다. 과거의 성장 방식이 더이상 정답이 아닌 걸까. 확실한 건 SK그룹의 2024년은 예년과 다를 것이란 점이다. 더벨은 경영 시스템과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는 SK그룹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1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차전지를 필두로 한 그린사업은 SK그룹의 중복 투자 사례로 꼽히는 대표적인 분야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의 비즈니스모델 혁신이라는 청사진 아래 그룹 계열사들이 이차전지,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그린 밸류체인 구축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을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밸류체인과 같이 그룹 내 계열사가 사업화에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폐플라스틱 재활용이나 신소재 등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미래' 사업에 해당한다. 이는 '따로 또 같이'라는 SK그룹의 경영 철학에 기반한 투자 사례다.

다만 각 계열사가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다 보니 중첩 투자 우려는 계속해서 나왔다.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한 사업에 대해선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그룹 내부에선 이미 사업 재조정을 위한 움직임이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다.

◇'적극적' 자산매각 SK㈜, 그린사업 매각 후보는

그룹 지주사 SK㈜가 지난해 연결기준 매각예정 자산으로 잡은 사업들은 총 8곳이다. SK㈜가 직접 투자에 나섰던 ESR케이만(물류), 쏘카(차량공유)를 비롯해 SK네트웍스(가전)와 SKC(중국 반도체 기초소재·SK피유코어·파인세라믹), SK스퀘어(나노엔텍·그랩) 등이 보유한 자산이 포함됐다. 지난해 매각 예정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조3471억원이다.

이미 중복 투자와 산업 침체라는 각기 다른 이유로 재편 대상에 올랐던 자산이다. SKC와 SK네트웍스 등은 각각 이차전지·친환경과 렌탈 사업 강화를 목표로 사업부 매각을 결정했으며 투자회사인 SK㈜, SK스퀘어는 계열사와의 중복 투자 문제에 직면했던 상황이다.

특히 SK㈜는 올해 경영 지속성을 위해 보유 자산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며 투자사업 재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SK㈜의 올해 투자회수 가능 자산은 약 1조7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중 그룹 내 중복 투자 해소를 위해 매각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 곳은 3834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한 중국 동박기업 왓슨(지분율 29.6%)이다. SK이노베이션을 필두로 SK그룹이 '소재 생산→이차전지 제조→전기차 충전'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확보에 나서던 2019년, SK㈜가 투자를 단행한 곳이다. 글로벌 1위 동박 사업자인 왓슨 투자에 따른 장부상 가치는 현재 4744억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차전지 소재 투자처를 찾던 SKC가 이듬해 SK넥실리스 인수를 결정하며 왓슨의 위치도 애매해졌다. SK㈜ 입장에선 왓슨의 기업가치를 높여 향후 유동화에 나서야 하지만 SKC는 SK넥실리스를 이차전지 소재 사업 전환의 한축으로 여기고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SKC는 SK넥실리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SKCFT홀딩스를 통해 SK넥실리스와 산하 해외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인수 이후 SK넥실리스의 해외 증설을 위해 SKC가 SKCFT홀딩스에 내려보낸 금액은 총 8814억원 규모다.

이차전지 산업이 호황기였던 시절에는 SK㈜와 SKC의 '각개전투'는 양사 모두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지난해 업황이 꺾이며 직접 사업을 하는 SK넥실리스부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SK그룹에 편입된 뒤 처음으로 SK넥실리스는 지난해 영업적자(-580억원)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SKCFT홀딩스 역시 연결기준 적자(-750억원)로 돌아섰다. 반대로 SK넥실리스 지원을 위해 조달한 SKCTF의 총차입 규모는 2021년 1조1477억원에서 지난해 1조8159억원까지 늘었다.



◇계열사 조정 시작, 기로에 선 미래사업

SK㈜뿐 아니라 화학·에너지·통신 등 계열사들이 일제히 그린사업 투자에 나섰던 가운데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사업 철회에 나선 사례가 나왔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전기차 충전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 2년6개월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설치·관리 사업을 담당하던 홈앤서비스는 보유한 사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21년 9월 아파트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SK네트웍스의 SK일렉링크 인수 시점(2022년 12월, 728억원)보다 1년 빠르다.

SK그룹 내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자로 나란히 이름을 올린 두 회사는 충전 속도(완속·급속)를 기준으로 보면 사업 분야가 완전히 일치하진 않는다. SK네트웍스가 완속 충전 사업자 에버온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으나 주력은 급속 충전의 SK일렉링크다.

이 가운데 약 2년반 동안 사업을 이어오던 홈앤서비스는 지난해 8월 박진효 사장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선임을 계기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박 사장이 사업 효율화를 경영 기조로 앞세우자 홈앤서비스는 기존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올해 3월 GS차지비에 넘겼다. 양도금액은 121억원이다. SK그룹의 이차전지 밸류체인에 이름을 올린 계열사 중 사업 철수에 나선 첫 사례다.

이차전지에서 벗어나 전체 그린사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렇듯 계열사별로 사업이 중첩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차전지 신소재인 실리콘음극재 분야에서는 SKC와 SK㈜머티리얼즈가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SK지오센트릭, SK케미칼 등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분야를 미래사업으로 점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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