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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the Musical]쇼노트의 실험 <그레이트 코멧>, 무대와 객석 허물다이머시브 뮤지컬 표방한 '일렉트로 팝 오페라', 관객과 소통 '매력'

이지혜 기자공개 2024-04-17 10:36:37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레이트 코멧>은 막이 오르기 10분 전에 착석하는 편이 좋다. 사실상 그때부터 공연을 시작한다. 배우와 연주자가 객석에서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한다. 관객을 무대에 끌어올려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일반적 뮤지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레이트 코멧>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머시브 뮤지컬(Immersive Musical) 형태를 차용했다는 점이다. 이머시브는 ‘몰입형’, ‘체험형’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무는 데 쇼노트는 집중했다.

이를 위해 무대도 세심하게 설계했다. 7개의 원형 무대를 단차를 두고 겹쳐 놨다. 그 중 2개의 원형 무대에는 관객이 세 명씩 앉아 극을 관람한다. 마치 작품 속에 있듯이. 일반적으로 극장 제일 안쪽에 커다란 무대를 두고 모든 관객이 무대를 일방향으로 바라보는 대극장의 뮤지컬과 대비된다.

형식만 실험적인 것은 아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듯 <그레이트 코멧>은 1800년대라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차이도 허물었다. 음악을 통해서다. 심벌리즘을 추구하는 일렉트릭 사운드는 일반적 뮤지컬의 넘버와 확연히 다르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 <전쟁과 평화>를 가장 혁신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 불릴 만하다.


◇이머시브 뮤지컬 표방, 극장부터 무대까지 몰입감 ↑

<그레이트 코멧>이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표면상 두 번째 시즌이지만 사실상 <그레이트 코멧>은 이번이 초연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연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그레이트 코멧>의 매력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다.

<그레이트 코멧>의 강점은 이머시브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연주자와 배우가 객석을 누비며 춤을 춘다. 관객은 연주자의 격정적 연주에 바이올린 활이 헤진 것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대극장 공연에서 느끼기 힘든 호흡이다.

배우와 관객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게 극의 특징이다보니 <그레이트 코멧>은 2021년 3월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초연에서 아쉬운 성적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초연이었기에 입소문이 덜한 데다 배우와 관객 모두 마스크를 쓰고, 뚝 떨어져 공연을 해야했다.

이에 따라 쇼노트는 <그레이트 코멧>의 이번 시즌에 공력을 모았다. 이성훈 쇼노트 대표이사는 “아픈 손가락이었던 <그레이트 코멧>이 이번에는 제대로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에는 초연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재대로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 노하우를 집약했다.


특히 집중한 게 바로 무대다. 쇼노트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된 원작의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객석이 있던 공간에 무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 객석을 두며 완전히 분리되어 있던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채현원 안무감독은 “<그레이트 코멧>은 객석 구조상 각 구역마다 볼 수 있는 드라마와 쇼의 느낌이 다르고 가까이서 보는 배우 역시 다르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재연에서는 어느 자리에서 극을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각 구역 별 장점을 뚜렷하게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레이트 코멧>의 또다른 특이점은 초연과 재연을 진행한 극장이 유니버설아트센터라는 점이다. 이 역시 극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유니버설아트센터의 극장 내부의 전체적 분위기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레이트 코멧>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으로 나폴레옹 전쟁이 발발했던 1805년부터 1820년까지가 시대적 배경이다. 따라서 작품의 주요 색상이나 소재가 붉은 색, 벨벳, 금 등인데 유니버설아트센터가 이런 분위기를 잘 살린다고 판단했다. 덕분에 극장과 객석까지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끄는 하나의 장치가 됐다.


◇‘일렉트로 팝 오페라’, 혁신적 도전 담긴 넘버

<그레이트 코멧>의 실험은 하드웨어적 요소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음악에서도 실험적 요소가 다분하다. 일단 성스루(Sung-throug)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성스루 뮤지컬은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나타샤와 피에르가 만나는 단 한 장면, 한 구절을 제외하면 모든 대사가 노래다.

노래의 장르도 다양하다. 1800년대를 배경으로 삼는 만큼 클래식과 고전적 오페라풍의 음악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클래식은 물론 일렉트로닉, 힙합, 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이뤄진 27곡의 넘버가 나온다. 극의 넘버를 맡은 데이브 말로이가 <그레이트 코멧>을 가리켜 ‘일렉트로 팝 오페라’라고 부른 배경이다.

심벌리즘도 <그레이트 코멧> 음악의 주요 특징이다. 심벌리즘은 인간 내면과 순간적 감각을 묘사하기 위해 형식적 틀을 깨려는 경향이나 태도를 말한다. 주인공인 나타샤가 술에 취하거나 사랑에 빠지는 장면 등에서 쓰인 음악이 대표적이다.


<그레이트 코멧>의 실험은 브로드웨이에서 크게 성공했다. 2012년 뉴욕 54번가의 87석짜리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 2016년 임페리얼 씨어터에서 막을 올리기에 이른다. 뉴욕 임페리얼 씨어터는 오랜 기간 <레미제라블>이 공연된 저명한 극장이다.

여기에서도 저력을 인정받아 <그레이트 코멧>은 2017년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무대 이자인상, 최우수 조명 디자인상을 받았고 그해 드라마 데스크어워즈에서 4관왕에 올랐다.

<그레이트 코멧>의 독창성은 쇼노트가 추구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쇼노트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대중성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남들이 무대에 올리려고 하는 작품, 흥행성이 보증된 작품보다는 독특하고 실험적이며 개성이 뚜렷한 작품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각색해 공연한다. 그렇게 성공한 대표작이 현재 공연 중인 <헤드윅>이다.

이 대표는 “<그레이트 코멧>은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매우 색다른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며 “다른 제작사가 나서지 못하는 작품의 다양성을 잘 이해하고 관객들이 잘 볼 수 있게끔 만드는게 쇼노트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레이트코멧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6월 16일까지 공연된다. 피에르 역에 하도권·케이윌·김주택씨, 나타샤 역에 이지수·유연정·박수빈씨, 아나톨 역에 고은성·정택운·셔누가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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