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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는 K-우주항공 스타트업]민간 최초 국내 발사 기업 페리지, 코스닥 문 ‘똑똑’①해양발사 위해 제주 발사센터 구축…위성 고객에 맞춤형 발사서비스 제공

이채원 기자공개 2024-04-22 08:17:49

[편집자주]

위성, 우주발사체, 착륙선까지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산업 시대가 다가온다. 2020년 37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우주경제는 2030년 6420억달러(약 86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장한 컨텍을 필두로 이노스페이스, 루미르, 나라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더벨이 국내 우주항공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상장 로드맵, 미래 전략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민간 기업 최초로 국내에서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지만 근처 나라들과 지리상으로 가까운데다 섬이 많아서 로켓을 발사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무엇보다 로켓 발사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폭파 위험이 커 지리상으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주민들이 살고 있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페리지)는 해양발사라는 돌파구를 찾았다. ‘잭업바지선(Jackup Barge)’을 기반으로 한 발사대를 구축했고 제주도 내 자체 인프라를 마련해 상업 발사 경쟁력을 확보했다. 잭업바지선은 높낮이 조정이 가능한 잭킹시스템이 갖춰진 소형 선박을 말한다.

국내에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첫 기업이 되기 위한 준비는 끝났다. 페리지는 상반기 내 소형 위성을 탑재해 궤도로 수송하는 시험에 돌입한다. 80km 궤도까지 오르는데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페리지는 자체 궤도 수송 능력에 기반한 종합 우주개발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페리지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3분기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코스닥 상장을 위한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선정했다. 페리지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모인 자금을 블루웨일1(BW1) 개발과 사업 확장을 위한 설비 투자 및 핵심 인력 확보에 쓸 계획이다. 카이스트 우주 동호회를 시작으로 탄생한 페리지의 성장은 한국 우주항공산업의 미래다.

◇우주 동호회로 모인 카이스트 학생들 창업…국내최초 민간 액체로켓 시험장 준공

페리지는 소형 발사체 제조 및 발사 서비스 기업이다. 200㎏ 이하 인공위성을 지구 상공 500㎞ 안팎 저궤도로 수송하는 소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한다. 카이스트 출신 학생들이 모여 2018년 창립했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석사과정을 거치고 있는 신동윤 대표는 1997년생으로 어릴 적부터 알아주는 우주 마니아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로켓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중학교 3학년에는 아마추어 로켓 단체 ‘마루’를 만들어 로켓 개발에 나섰다. 마루를 통해 로켓 개발에 관심이 많은 동료들을 모으게 됐고 캐나다 유학 시절에도 연구를 지속했다. 마루는 페리지의 전신인 셈이다.

그는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수학과에 진학했지만 로켓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항공우주학회(AIAA)에 나가서 성과를 발표하는 등 체계적인 워털루대 로켓 동아리에 들어 로켓을 연구했다. 한국에 있는 페리지 멤버들이 로켓 엔진을 설계하면 신 대표가 워털루대 연소시험장을 활용해 시험을 해보곤 했다.

그는 워털루대를 자퇴하고 2017년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이듬해 페리지 법인을 설립하며 취미를 사업으로 바꿨다. 페리지가 동아리일 당시 구성원 중 5명은 현재 신 대표와 함께 페리지 소프트웨어 개발과 해양발사장 건설, 엔진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 페리지는 카이스트와 로켓연구센터를 구축했다. 카이스트 문지캠퍼스에 국내 최초로 액체추진로켓 연소시험시설을 갖춰 다양한 크기의 로켓엔진 연소시험을 수행했다.


회사는 2020년 메타엔진 연소시험을 성공시켰고 2021년에는 국내 최초로 민간 액체로켓을 시험 발사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사업' 일환인 소형발사체 개발역량 지원사업에 선정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스페이스 파이오니어는 과기부가 우주부품의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사업이다.

스케일업 팁스 연구개발(R&D) 사업 ‘소형발사체 해상발사 시스템 제작’에도 선정됐으며 충청북도 옥천에 생산 공장인 로켓 개발 콤플렉스를 완공했다. 로켓 개발 콤플렉스에서는 발사체 종합 생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복학재 제조, 발사체 총조립 및 시험이 진행된다. 지난해 말에는 과기부 소형발사체 개발역량 지원사업 2단계 사업자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소형위성을 위한 경제적인 발사체 블루웨일1 개발…제주 발사센터 구축

페리지의 대표작은 블루웨일1이다. 소형위성을 위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우주발사체다. 길이는 21m, 직경은 1.6m다. 길이 33.5m 직경 2.9m인 나로호와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크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루웨일1은 150kg의 탑재체를 500km 태양 동기 궤도에 배치할 수 있는 2단 궤도 발사체다.

발사과정에서 발사체가 1단과 2단으로 분리되는데 1단 발사체가 대체적으로 중간에 2단 발사체를 올리고 폭파하는 것과 달리 블루웨일1은 1단 발사체 재사용이 가능하다. 페리지는 제주도에서 발사체를 쏘면 1단 발사체를 필리핀 랜딩 존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만들고 있다. 또 두 단계 모두에서 액체 산소와 메탄을 추진제로 사용함으로써 대기 중으로 훨씬 적은 양의 탄소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총 발사 가격은 300만달러 미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회사는 상반기 준궤도 시험 발사를 시작으로 하반기 블루웨일1 시험 발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내년 본격적인 상용화를 통해 국내 우주발사 서비스를 개척하고 글로벌 우주 시장을 선점해나갈 계획이다.

준궤도 시험 발사는 페리지 제주 발사센터 해상 발사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페리지는 제주시와 국내 최초 상업용 발사대를 건설·운영하기로 협약했다. 한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도는 한국에서 가장 넓은 발사 방위각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페리지는 블루웨일1을 통해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원하는 시간, 원하는 궤도로 운송해주는 맞춤형 발사서비스를 제공한다. 위성 고객은 탑재체의 kg당 비용을 지불하고 발사체에 위성을 싣는다. 상반기 준궤도 시험 발사에도 우주 신생 기업인 스페이스 린텍, 카이로스페이스 등 위성이 함께할 예정이다.

페리지의 도전은 계속된다. 회사는 소형위성 저궤도 시험발사 이외에도 자체 발사 역량을 기반으로 우주 부품 매출 및 위성 기술 접목을 통한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페리지 관계자는 “자체 궤도 수송 능력에 기반한 종합 우주개발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며 “소프트웨어 정의 위성을 발사하고 판매할 예정이 나아가 여러 우주 탐사 미션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리지 블루웨일1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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