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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그룹은 지금]'대기업 위상'은 사수했지만…엇갈린 집안 '희비'①올해도 자산총계 5조 초과 신고…한솔케미칼, 유형자산 확대 주효

이호준 기자공개 2024-04-24 07:44:36

[편집자주]

지금은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시기. 덩치가 커진 기업집단이라면 곧 대기업집단에 지정된다. 한솔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한솔그룹은 제지·케미칼·테크닉스 등 주력 3사의 선전에 힘입어 5년 만에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재진입했다. 올해도 입성이 예상되지만 커진 외형과 다르게 거세진 경기침체와 원재료값 상승 흐름에 고전 중인 내부 사정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더벨이 한솔그룹이 당면한 상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솔그룹은 지난해 사업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한솔제지·케미칼·테크닉스 등 주력 사업체들이 영업활동으로 견실하게 덩치를 키운 덕에 5년 만에 '대기업 집단'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옛 위상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한솔그룹은 올해도 대기업의 지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안팎의 긍정적 주목을 받은 지난해와 상황이 사뭇 다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한솔제지·테크닉스의 영업환경이 나빠졌고, 이에 따라 사업을 위해 갖고 있는 영업자산 등도 확 감소했다.

◇한솔제지·테크닉스, 영업자산 줄어 자산총계도 감소

지난해 한솔그룹의 대기업 집단 재진입은 단연 '영업활동' 때문이었다. 재작년인 2022년 한솔제지와 한솔테크닉스는 각각 산업·특수지 사업을 확장하고, 그해 인수한 아이원스를 키우기 위해 영업자산을 크게 늘렸는데 이 숫자가 공정위 집계에 잡혔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한솔제지와 한솔테크닉스는 장항공장 가동 중단,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등에 부딪혔다. 장사가 안되니 두 회사 모두 제지 사업과 반도체 장비 사업을 위한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영업자산을 유지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한솔제지와 한솔테크닉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은 각각 6741억원, 212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6%, 38% 감소했다. 영업자산이 감소하자 자산총계 역시 각각 2조원, 954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 10%가량 줄어들었다.

(단위:백만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내기 위해 갖고 있는 자산이 감소했다는 건 그만큼 '실적'도 빠졌다는 이야기다. 특히 공장까지 가동을 멈춘 한솔제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나 감소한 472억원이다. 한솔테크닉스는 전년 대비 11% 감소한 48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는 "한솔제지는 장항공장이 하반기부터 가동되긴 했으나 산업용지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하는 등 영업환경 자체가 좋지 못했다"라며 "한솔테크닉스의 경우 한솔아이원스가 반도체 산업 부진 속에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가 늦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대기업 집단' 예약…한솔케미칼, 유형자산 확대 주효

다만 한솔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총자산이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신고한 상태다. 지난해 그룹의 총자산이 5조원을 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한솔제지와 한솔테크닉스의 몸집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대기업의 지위를 지켰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솔그룹의 정밀화학 기업인 한솔케미칼의 역할이 컸다. 한솔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과산화수소다. 그리고 한솔케미칼은 변해가는 산업 환경에서 그간 과산화수소의 생산 비중을 기존 '제지, 섬유 업체용'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용'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유형자산'이다. 2021년 한솔케미칼은 850억원을 들여 익산에 실리콘 음극재 양산 설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산 750톤 규모로 완공됐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 회사의 유형자산도 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한솔케미칼 전북 익산 공장 전경(사진=한솔케미칼 홈페이지)

한솔케미칼의 자산총계도 1조2533억원에서 1조3510억원으로 7%가량 확대됐다. 지난해 한솔케미칼이 오는 2024년까지 완주에 반도체용 프리커서(전구체) 생산 공장 증설을 목적으로 4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추가적인 자산 상승도 기대된다.

한 지붕 내 두 계열의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전년 대비 33% 빠지긴 했어도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작년 한솔케미칼은 1241억원의 준수한 영업이익을 냈다. 현재 한솔그룹은 고(故) 이인희 고문의 장남인 조동혁 회장은 한솔케미칼 계열을, 막내 조동길 회장 일가는 한솔제지 중심의 한솔홀딩스 계열을 이끌고 있다.

한솔그룹 관계자는 "전체 자산이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신고하고 공정위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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