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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상장 재도전기]허리띠 졸라맨 벤처 10년, 건강한 비만약 실마리 찾다②유상구 글라세움 대표 "GLP-1 난맥상 이기고 해외서도 통할 IND 꾸린다"

최은수 기자공개 2024-04-24 11:38:54

[편집자주]

국내 바이오텍의 코스닥 입성 허들이 높아졌다. 유망기업으로 꼽힌 '루키 바이오텍'도 급변한 금융당국과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비상장 바이오텍이 원활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창구는 상장밖에 없다.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재도전에 나선 바이오텍을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9: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하철은 커녕 근처에 시내버스 정류장도 없는 경기도 광교 끝자락의 사무실. 유기화합물부터 IR북 제작, 심지어 사무실 관리도 임직원이 직접 한다. 창업주 유상구 대표(사진)가 말하는 '바이오벤처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에서 글라세움은 10년을 버텼다.

외톨이처럼 사이언스에 몰두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네트워킹 대신 고정비용을 절감한 길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작년 상장 고배를 마셨지만 재무 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여 둔 덕에 흔들림도 적었다. 반려견 비만 치료제 임상이라는 새로운 성과도 끌어올렸다. GLP-1 등 비만 치료제의 숨은 화두 '근감소증'을 풀 실마리도 작년 절치부심 속에서 찾았다.

◇'생존' 위해 찾은 반려견 비만 시장 "엘란코·더박과 경합"

유 대표는 1963년생으로 LG화학 출신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샤이'한 인물로 정의하는 유 대표의 특성상 외부에 잘 알려지진 않았다. 글라세움의 핵심 기술은 LG화학 이후 그가 처음으로 창업한 바이오텍인 이룸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처음 가능성을 찾았다.

첫 창업회사인 이룸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기초연구 단계인 디스커버리를 했다면 글라세움은 다양한 신약개발에 주력하는 회사가 됐다.

유 대표는 "당시 이룸바이오에서 발굴한 물질이 지금 글라세움의 근간을 이루는 HSG4112와 HGR4113인데 이제는 인체를 너머 반려견을 타깃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업 10주년을 맞은 글라세움은 비용 절감에 힘쓰면서 19명의 소규모 인원이 총 3개의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을 다룬다. 그러나 IPO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설립 10년차 바이오텍도 거래소의 눈높이에 맞는 인체 관련 임상 데이터를 내놓기가 쉽지 않았다.

유 대표가 상장 철회한 후 나름의 피봇팅 전략으로 반려견 대상 임상을 꺼내든 배경이다. 반려견 시장은 임상 속도도 빠르고 성과도 조기에 창출되는 영역이다. 데이터만 뒷받침되면 경우에 따라 이른 시기 라이선싱 등 사업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믿을 구석은 유 대표가 이미 글로벌 빅파마와의 라이선싱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유 대표는 이룸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1-MCP이라는 과일후숙 방지제를 글로벌 빅파마 얀센에 기술이전한 트랙레코드를 갖고 있다.


유 대표는 "글로벌 반려동물 시장을 선점한 엘란코나 더박 베링거잉겔하임 등과 경쟁은 물론 라이선싱을 전제로 둔 소통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합을 맞추는 박형순 연구소장(사진)이 반려동물 진단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은 것도 사업 전환에 윤활유로 작용했다. 박 소장은 서울대 생유기화학 박사 및 미국 예일대 포스닥 출신의 유기화학 전문가다. 2017년부터 4년 간 반려동물 및 산업동물 진단 기업 노스벳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2020년 글라세움에 합류했다.

◇'근육 지키고 지방 줄이는' 진짜 체중 감소 '건강한 비만약'

글라세움의 파이프라인 기전은 식욕억제가 아닌 불필요한 내장지방 제거와 기초대사율을 올리는 데 초점을 둔다. 기존 GLP-1을 타깃하는 비만치료제들에서 나타나는 근감소를 포함해 무기력 등 정신질환 등에 대한 우려를 경감하는 게 포인트다.

이를 반려견에 적용하면 더욱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접근이다. 반려견은 인간과 달리 식이조절이 어렵고 운동과 관련한 행동이 건강과 직결된다. 더불어 반려견의 체중을 감량할 때 근감소증이 나타나면 뒤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부담도 한층 커지는 구조다.

유 대표는 "반려견의 피하지방이 쌓이는 특정 경추 부위의 두께를 투약 전후로 비교하면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려견 시장이 활성화되다보니 관련 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빅파마들이 먼저 관심을 보여 접촉도 시작한 상태"라고 말했다.

총 3개의 후기임상 파이프라인에서 글라세움이 반려견 치료제에 주력하는 또 다른 배경은 시장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GLP-1을 타깃으로 비만 임상에 들어선 기업은 60여곳이 넘는다. 중국에선 특허가 만료된 삭센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만 이미 14곳의 기업이 뛰어든 상태다.

유 대표는 "특히 가격 경쟁력 싸움으로 흐르는 GLP-1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적절한 전략을 찾고 있다"며 "관건은 리바운드 즉 약을 중단하면 살이 다시 그리고 전보다 많이 차오르는 부작용을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가 될 것인데 글라세움의 파이프라인이 리바운드를 예방하는 근감소증을 막는 기전인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IPO 타임라인은 반려견 임상 결과가 나오고 구체적인 사업화 성과가 더해지는 내년께로 예정했다"며 "지속적으로 빠르게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반려동물 파킨슨병 치료제와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진행해 '캐시'를 만드는 비즈니스를 확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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