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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코스메틱 리뉴얼]글로본, 멈춰선 수소 신사업 '본업 집중'진출 1년 만에 정리, 주가 뒷걸음질…AI·메타버스 '조달 여력 제한'

이우찬 기자공개 2024-05-14 14:26:31

[편집자주]

중소 화장품 업체가 불황의 늪에서 몸부림 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을 준비하며 돌파구를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더벨은 코스닥 코스메틱 섹터를 중심으로 화장품 기업의 분투기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본은 2021년 수소플랜트를 신규 사업으로 낙점하며 야심차게 시장을 두드렸지만 재미를 보지 못하고 발을 뺐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수소 이외에 2차전지와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을 검토했으나 명확한 방향성을 세우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신사업 진출을 밝혔던 당시와 비교하면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1986년 한국창업투자로 설립돼 1992년 코스닥에 상장한 글로본은 여러 차례 손바뀜을 거친 기업이다. 한상호 대표가 2015년 11월 최대주주(지분율 12.58%)가 되면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기초화장품, 마스크팩, 화장품 용기(튜브)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글로본의 첫 번째 신사업 아이템은 수소플랜트였다. 2021년 1월 플라즈마 기술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그린사이언스 지분 51%를 30억원에 인수하며 수소사업에 진출했다. 사업다각화와 기업가치 극대화가 목적이었다. 4회차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그해 3월 정관에 수소플랜트, 발전소, 수소생산 시설 제조 등의 수소 관련 사업 목적을 대거 추가했다.

수소사업은 본업인 화장품과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분야였다. 새로운 에너지원을 바탕으로 한 수소경제가 코로나19 이후 부각되기 시작했고 친환경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는데 발맞춰 신사업 아이템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본은 1년 만인 2022년 2월 돌연 인수 결정을 철회했다. 기존 그린사이언스 경영진이 보증했던 매출 증가 방안이 지켜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그린사이언스 매출은 2020년 71억원에서 2021년 1억5000만원으로 급감했다.

글로본은 수소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 채용, 조직 신설 등을 위해 2021년에만 60억원을 투자한 상태였다. 앞서 2020년 11월 3회차 CB 발행으로 110억원을 조달했다. 2022년까지 수소사업 조직은 운영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소·플랜트부문 산하에 수소사업부와 플랜트사업부를 뒀으나 현재 관련 조직은 조직도에서 사라진 상태다.

기업가치 극대화를 노렸으나 실패로 귀결됐다. 시가총액은 신사업 진출 당시 치솟다가 크게 감소한 상태다. 신사업 철수로 사업 다각화를 이루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종가(805원) 기준 글로본 시총은 280억원이다. 그린사이언스 지분 인수 공시가 있었던 2021년 1월 6일 시총은 1494억원이었다. 그해 4월 16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그린사이언스 지분 처분 공시가 있었던 2022년 2월4일 시총은 85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시총은 1000억원대를 회복하기도 했으나 본업인 화장품 적자와 신사업 지연으로 줄곧 내리막이었다.


수소플랜트사업으로 발생한 매출은 지난해 기록한 10억원이 전부였다. 다만 사업에서 손을 뗀 상황이고 일회적인 매출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본 관계자는 "수소사업에서 철수한 상태로 수소정제장치를 판매해 거둔 일시적인 매출이었다"고 말했다.

글로본의 새 먹거리 찾기 노력은 수소뿐만이 아니었다. 2021년 12월에는 노이즈 제어필터와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정관에 추가했고 2022년에는 메타버스 사업을 넣었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 교육, 골재가공을 신규 사업으로 정관에 삽입했다. 메타버스, AI 등 유망 산업 진출을 검토했다는 뜻이다.

다만 이 사업들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력을 채용하고 자금을 조달할 형편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35억원에 불과하다. 순손실 누적으로 지난해 말 결손금은 943억원에 달하고 있다.


글로본은 신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선 본업인 화장품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소를 포함해 메타버스, AI, 2차전지 등의 신규사업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화장품 사업에 집중해 실적 반등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화장품 사업부 아래에 있던 온라인 사업부를 별도 이커머스 사업부로 격상했고 온라인 사업 확장에 공들이고 있다.

글로본 관계자는 "화장품과 티슈, 여성용품 등의 위생용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국내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본은 2018년 '류 케이웨이브(RUE KWAVE)' 브랜드가 중국시장에서 흥행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298억원, 16억원을 기록했다. 최고치이자 반짝 실적이었다. 중국 거래처 계약 해지와 국내 영업 부진으로 이후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팬데믹도 겹쳤다.

최근 5년(2019~2023)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245억원이다. 매출의 경우 2020년~2021년 50억원 안팎을 기록하다 엔데믹에 힘입어 2022년에 185억원, 이듬해 203억원으로 증가한 점은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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