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플레디스엔터 이사회 잡고 시너지 도모⑩박지원 대표 이어 이다혜 VP 투입, 이사회 장악력↑…지분율은 85%
이지혜 기자공개 2024-05-21 11:26:13
[편집자주]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영권 탈취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멀티 레이블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7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하이브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하이브는 당시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자산보다 많은 돈을 들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하이브가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무적 리스크를 감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했다.이에 따라 하이브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IP(지식재산권)와 사업노하우를 흡수, 사업적 시너지를 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강력한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이사회부터 장악했다. 이런 기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빅히트뮤직 출신의 임원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세워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잡았다.
◇2000억 들여 지분 85% 취득, 창업자는 10%만
17일 업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하이브가 보유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분은 85%다. 2020년 5월 19일 하이브가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결과다.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였던 하이브는 한성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창업자에게 지분 10%, 솔라시아엔터테인먼트 지분 5%를 남겨주고 모두 확보했다. 솔라시아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소니뮤직의 자회사로 2020년 4월 소니뮤직 솔루션즈에 흡수합병됐다.
당초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분은 한성수 창업자와 솔라시아엔터테인먼트가 각각 50%씩 들고 있었는데 하이브가 경영권 지분을 취득하면서 이들은 주요주주로만 남게 됐다.
이는 하이브가 다른 엔터사를 인수할 때와 같은 방식이다. 하이브는 앞서 쏘스뮤직을 인수할 때에도 창업자에게 지분 20%를 넘기고 나머지를 모두 취득했다. 하이브가 정관을 변경하는 등 이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만 확보해 인수 비용을 줄이고 기존 창업자의 책임경영을 유도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가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데 들인 돈은 2000억원이다. 2019년 말 기준으로 하이브는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1600억원뿐이었기에 플레디스엔터테인트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전액 차입금으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의 부채비율은 100% 정도에서 300%로 상승했다.
지금에서야 하이브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고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며 성공적 인수 사례로 남았지만 당시로서는 위험부담이 큰 결정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회사채 등으로 장기 차입금을 확보하기가 어렵기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보유,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는데 하이브는 여기에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이사회 장악, 경영 주도권은 하이브에게
하이브가 큰 기대를 걸고 상당한 자금을 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만큼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화학적 시너지를 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이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수 초창기인 2020년 하이브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직접 관여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가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기타비상무이사로서 경영자문을 맡고 이경준 하이브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감사를 담당했다. 박 대표는 약 2년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관여하다가 2020년 3월 31일 사임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물러났다고 해서 하이브가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한 건 아니다. 창립자 대신 하이브 임직원 출신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박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는 한성수 창립자였다. 그러다 2022년 3월 한 창립자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대신 이다혜 대표가 새로 부임했다. 이다혜 대표는 빅히트뮤직에서 VP를 지낸 인물이다. 빅히트뮤직은 BTS가 소속되어 있는 레이블로 하이브에서 물적분할된 기업이다.
이에 따라 한성수 창립자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이자 사내이사로 남고 대표로서 경영의 주도권은 하이브 측 인사가 쥔 구도가 됐다. 또다른 사내이사 한 명은 김연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인데 그는 2012년부터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며 세븐틴을 데뷔시킨 ‘세븐틴의 아버지’로 통한다.
이경준 CFO도 여전히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감사로 재직 중이다. 이경준 CFO는 지난해 3월 중임됐는데 기존처럼 임기가 3년일 경우 2026년 3월까지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감사로 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준 CFO가 지닌 권한은 상당하다. 비록 이사회 내에서 의결권은 없지만 하이브는 정관에 따라 감사에게 이사회 소집 청구 권한 등을 부여했다. 자회사인 레이블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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