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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D 6년 주기 '결단과 실기(失期)' [thebell desk]

김장환 산업2부장공개 2024-05-22 07:42:32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6년 전만 해도 LG디스플레이는 노트북 LCD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다. 수년간 1등 납품사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TN패널이 효자였다. 제조 단가가 저렴하고 응답 속도가 빠른 TN패널은 저가형 노트북에 여전히 많이 사용된다. 해당 분야에서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과 품질은 월등했고 경쟁사를 압도했다.

2018년경 LG디스플레이는 TN패널 사업을 단번에 접었다. IPS패널에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TN패널은 저렴한 보급형 제품이란 강점도 있었지만 시야각이 제한적이란 단점이 있었다. LCD 대형화에 걸맞지 않은 패널이었다. IPS패널은 색 재현율이 좋고 시야각이 넓다. 가격이 보다 비쌌지만 '미래 성장 가치'는 있었다.

돌이켜보면 선택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이후 노트북 패널 납품사 1등은 BOE가 줄곧 쥐고 있다. 2~4위 자리는 CSOT, 이노룩스, AUO가 엎치락 뒤치락이다. LG디스플레이는 간신히 5위다. TN패널을 완전히 버린 게 패착이다. BOE는 고사양의 IPS(ADS)패널도 공략하면서 TN패널 사업도 함께 갔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TN패널의 갑작스런 단종을 결정하고 고객사에 통보했다. 바이어들의 신뢰도마저 떨어졌다.

오랜 이야기를 새삼 끄집어낸 이유가 있다. 수년이 지난 지금 LG디스플레이가 비슷한 행보를 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TV용 LCD패널 출구전략이다. OLED로 단번에 넘어가기로 하면서 LCD패널 힘을 너무 급작스럽게 뺐다. 2022년 파주 P7 공장에서 TV LCD패널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중국 광저우 LCD공장 가동률은 절반으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중국 공장 LCD 생산 역시 사실상 스톱했다.

그 사이 글로벌 TV 시장은 급성장기를 맞았다. 특히 중국의 수요가 매서웠다. OLED로 대변되는 프리미엄급이 아닌 중저가형 LCD TV 판매량만 치솟았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LCD공장 생산량이 거의 없다 보니 호재를 누리지 못했다. 현지 업체들이 TV 시장의 성장세로 꿀을 먹을 때 손가락만 입에 물고 있어야 했다.

이는 실적에 고스란히 담겼다. 올 2분기에도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다수가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LCD TV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패널의 판가도 상승한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에 이어 적자가 예상된다. 느낌이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 대다수가 흑자를 이어간 가운데 유일한 적자 기업이 된다.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서는 지나치게 재무적 관점에서만 접근했다가 부른 화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OLED 투자를 과도하게 벌이면서 다른 분야는 '유동성 확보' 영역으로만 삼았다. TN패널 전면 포기를 했던 때와 정확히 겹치는 장면이다. 6년 전 실기(失期)를 기억하고 있으련만 실수를 반복했다.

올해 새롭게 부임한 CEO가 다시금 복기해봤으면 하는 과거 경영사다. 시장 예측과 어긋난 '재무적 중심'의 판단이 두 번이나 위기를 불렀다. TN패널 포기가 부른 후유증, 광저우 LCD 공장의 출구전략 실패. 새 사장이나 앞으로의 경영자나 계속 되돌아봐야 할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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