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각양각색 전략]'치료제 한계' 갑론을박, 생존 위한 '신약 원툴' 탈피 총력[총론]세계 최초 경구용 신약 성과 부진, 사업화 진입장벽 낮은 수익 사업 진출
김성아 기자공개 2025-05-19 08:14:36
[편집자주]
제2의 게놈으로 불리며 신약 개발의 새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마이크로바이옴. 2023년 보우스트의 FDA 허가 이후 글로벌 성과가 전무한 상황에서 신약으로의 가치가 떨어지게 됐다. 이에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들도 저마다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진단 서비스, 화장품 등 수익사업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신약 개발을 중단한 곳도 있다. 더벨은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이 그리는 각사의 생존 전략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6일 14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총체를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치료제의 한 분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고 국내사들 역시 대거 시장에 진출했다.하지만 현실은 냉랭했다. 글로벌 허가 치료제가 나왔지만 임상 현장에서 적용되지 못하며 기대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차세대 모달리티로 주목받는 ADC, 이중항체와 달리 개발 단계에서의 기술이전 성과도 부진했다.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오명에 시장에서 빛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은 생존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신약 개발 성과만으로는 매출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임상 중단과 파이프라인 조정 작업이 나타났다.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과 같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접목한 수익사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시도도 나타났다.
◇연간 1조 기대됐던 보우스트, 10분의 1도 못 미친 실제 매출
2022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페링파마슈티컬스의 '리바이오타'가 FDA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3년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인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보우스트'가 또 FDA 허가를 득했다.
장내 미생물이 치료제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FDA 허가를 통해 입증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황금기를 맞았다. 2008년 미국 내 휴먼마이크로바이옴프로젝트(HMP) 착수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연구가 본격화된지 꼬박 15년 만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승인 이전에는 CDI 치료를 위해 메트로니다졸, 반코마이신 등 대증치료요법인 항생제가 주로 사용됐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져 발생하는 CDI이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보우스트 개발사인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공격적인 매출 전망치를 내놨다. '재발성' CDI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2차 치료제 승인에 불과했지만 세레스는 보우스트의 연간 매출 전망치를 1조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출시 후 4개 분기 매출 합산은 1000억원도 채 되지 않는 594억원에 그쳤다. 예상을 훨씬 밑도는 실적에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출시 1년 만에 보우스트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대금도 예상 매출치인 1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단 7400억원. 보우스트 매출 확대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것보다 매각 대금을 확보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본 셈이다.
◇힘 빠진 섹터…생존 위한 자체 '캐시카우' 마련 나서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업계 역시 글로벌 시장의 성쇠와 흐름을 같이했다. 2010년을 전후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시작된 한국은 2016년 정부가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했다. 고바이오랩 등 대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대부분이 2010년 중후반대 설립됐다.
2023년 보우스트 승인을 신호탄으로 한국에서도 치료제 R&D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산업 부흥을 위해 27개 기업이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가 발족한 것도 이 시기다. 과학기술통신부는 마이크로바이옴기반 차세대 치료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신규 과제를 모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분위기는 달라졌다. 보우스트의 사실상 실패 이후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전무하다. 투심도 끊겼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4D파마, 이벨로, 칼레이도 등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섹터 분위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을 임상 2상까지 끌고가며 선도기업으로 꼽히던 지놈앤컴퍼니와 고바이오랩은 일부 파이프라인의 개발 조기 종료 및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 협의회 초대 회장사인 CJ바이오사이언스도 4D파마로부터 11개 파이프라인을 도입했지만 현재 2개 물질에 대해서만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 원인은 기업의 '영속성'이다. 투자는 물론 기술이전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면서 신약 개발 사업만으로는 매출 창출이 어려워졌다. 바이오 기업이 탄탄한 매출 기반 없이 R&D를 지속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기엔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이 매출원 확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협의회 회원사 27곳 중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만 집중하는 곳은 리비옴, 바이오미 등 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25곳 중 다른 모달리티 R&D를 진행하는 기업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진단 및 분석 서비스 등 수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과 대비해 규제나 시장 수요 측면에서 수익 창출을 위한 허들이 낮은 편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업계 관계자는 "ADC, 이중항체 등 꾸준히 기술이전 성과가 나는 분야는R&D 성과만으로도 기업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업계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꾸준히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캐시카우' 사업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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