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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家의 변신, '女'가 계열사 지분 증여받다 금호석화 3세 박주형씨 현금증여 받아 0.18% 매입..남자 중심 증여·승계 깨져

문병선 기자공개 2013-02-13 09:01:45

이 기사는 2013년 02월 13일 0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른 재벌들과 다른 금호가만의 특징 중 하나는 아들만 계열사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점이다.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전통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이 처음 깨졌다. 금호석유화학 3세인 박주형씨가 금호가 최초로 계열사 지분을 취득했다.

12일 금호가에 따르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딸인 박주형씨는 지난해 12월17일부터 최근까지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5만6351주(0.18%)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박주형씨는 금호 계열사가 아닌 국내 다른 대기업에서 근무 중인 샐러리맨이다. 부친으로부터 약 100억원의 자금을 증여받아 이 중 세금을 빼고 남은 자금으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취득했다. 그가 취득한 금호석유화학 지분 가치는 주가 11만원으로 계산시 약 60억여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증여세는 대략 40%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 씨의 지분 매입은 부친인 박찬구 회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결과다. 박찬구 회장은 아들 뿐 아니라 딸에게도 비슷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2000년대 초반부터 다른 남자 사촌형제들과 함께 수증 또는 자체자금으로 지분을 취득한 후 계열사 지분을 늘릴 기회가 많았다. 박 상무의 지분가치는 회사 성장과 함께 커져 지금은 2400억원대에 이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박주형씨 등 금호가 딸들은 이런 기회에서 소외돼 왔다. 박찬구 회장은 회사 주가가 최고가 대비 절반 이상 떨어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해 평소 지론을 실천에 옮겼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다만 지분을 사서 주식으로 증여할 지, 현금으로 증여한 뒤 지분을 사게 할 지를 고민하다가 세금 문제가 상대적으로 명쾌한 현금 증여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가는 전통적으로 아들 중심의 경영·증여·승계가 이뤄져 왔다. 이번 박찬구 회장의 행보는 그래서 파격이다.

1세대인 고 박인천 창업주 때도 이런 원칙은 지켜졌다. 박 창업주는 2세대의 후계구도를 정하면서도 △여러 사람이 관여하면 분란이 생기기 쉬우니 남자에게만 상속하고 △ 4형제 합의 경영 형태로 회장을 선임하고 △주요 사안에 대해 4자 합의가 우선이지만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에 따르고 △다수결도 안 되면 손윗사람이 결정권을 갖는다는 원칙을 물려주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박 창업주의 딸들은 단 한번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지분을 갖거나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박 창업주는 5남3녀를 두었다. 세 자매인 박경애씨, 박강자씨, 박현주씨는 모두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출가했다. 대상그룹으로 출가한 박현주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만이 대상홀딩스 지분 2.87%를 현재 소유하고 있으나 금호 계열사 지분을 취득한 적은 없다.

3세대에 와서도 '남자' 중심의 전통은 지켜졌다. 박 창업주의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의 딸들은 재벌가로 출가하기는 했으나 금호 계열사 경영과는 일찍부터 거리를 두어 왔다. 삼남인 박삼구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1남1녀를 두었고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 씨의 지분 취득은 금호가 내부에서는 신선한 행보로 읽힌다. 금호가 한 관계자는 "딸이 금호그룹 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건 아마 처음"이라며 "이전에 없던 일"이라고 했다.

박 씨는 이번에 지분을 취득하긴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경영에 당장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거리를 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부친인 박 회장은 능력이 있으면 딸의 경영 참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훗날 금호가 최초로 오너가 여성이 금호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금호석유화학 주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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