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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허망한 중국앓이

신수아 기자공개 2013-03-29 10:18:15

이 기사는 2013년 03월 29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각 그룹의 지난해 성적이 분주하게 공개됐다. 7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유통 거물 롯데그룹 계열사도 속속들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계열사 중국법인의 성적은 줄줄이 낙제점이다. 어딜 봐도 이익을 내는 곳이 없다.

인타이그룹과 합작으로 진출했던 롯데쇼핑의 백화점 사업은 자본잠식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가치를 상실한 보유 지분을 인타이 측에 넘기려고 해도 양측의 이견으로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에 비해 중국 진출이 늦었던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은 지난해 적자규모가 3배 이상 늘었다. 중국의 주요 대도시에 밀려 외곽의 주변 도시로 덩치를 키우다 보니 손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7년째 중국에서 표류 중인 롯데칠성음료도 100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중이며, 돌파구를 찾지 못한 롯데제과도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중국 식품사업 부진의 진원지는 2007년 식음료 총괄지주회사로 출범시킨 '롯데 중국 투자유한공사(Lotte China Investment Co., Ltd)'다. 당시 롯데는 중국 식음료 사업의 단일 매출을 2011년까지 4500억 원까지 달성하고 2016년에는 1조 원을 바라보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투자공사 단독손실만 340억 원을 기록했다. 유상증자로 그룹의 자금을 끌어 들였지만 이대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이 따랐다.

롯데의 중국 진출 초기부터 훑어보면 미숙한 전략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무늬만 현지화로 유통 채널 및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리상 체제를 갖춘 중국 식음료 시장에서 직조직 형태로 진출하려던 전략도 먹히지 않았다. 사유 재산의 개념이 미약한 중국 내에서 부동산 확보를 통해서 공격적으로 유통채널을 넓혀가는 롯데의 재능도 십분 발휘하기 어려웠다. 사회공헌에 인색해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은 사뭇 안타깝다. 짐짓 녹록치 않은 시장에 녹록하게 접근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롯데 계열사들은 부진의 이유로 '초기 단계'거나 '투자 비용 증가'라고만 말을 아낀다. 무언가 부족하다. 심지어 부진에 대해선 언급할 게 없어 귀찮다는 반응이다. 손실을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비싼 수업료를 냈고, 심기일전 중이다'는 솔직한 답변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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