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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지분거래 '거미줄 순환출자' 손보나 롯데쇼핑, 최초로 자사주까지 취득..일부 계열사 상호출자 해소

문병선 기자/ 신수아 기자공개 2013-06-24 10:23:11

이 기사는 2013년 06월 19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소유구조를 정비하는 듯한 거래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일부 계열사의 합병을 단행한 데 이어 지주회사격인 롯데쇼핑은 최근 일부 상호출자 문제 해소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거래는 ‘거미줄식 순환출자'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롯데그룹이 안고 있는 소유구조 문제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없던 거래라는 점에서 롯데가 지배구조에 손을 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심이 가는 지분거래는 롯데쇼핑과 롯데미도파간 이뤄진 지난해 말의 합병이다. 롯데쇼핑 측은 "피합병법인인 롯데미도파를 종속회사로 유지함에 따른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줄이고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경영효율성을 증대하고 영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합병 이유를 밝혔다.

합병거래의 목적이 비즈니스에 있다는 설명이지만 속내는 비즈니스에만 있지 않았다. 롯데미도파의 지분 79.01%를 갖고 있던 롯데쇼핑은 롯데미도파 대주주 자격으로 합병신주를 배정받았다. 약 193만8688주(6.16%)다. 롯데쇼핑은 합병신주를 자사주로 갖게 됐는데, 자사주를 취득한 건 또 다른 목적이 감춰져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쇼핑 최초로 자사주 취득..지주사 전환위한 분할 염두?

업계 한 관계자는 "흡수합병의 주체인 롯데쇼핑은 합병대가로 자사주를 교부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며 "절세 목적일 수도 있겠지만 주가 희석화 요인이 있는 자사주를 스스로 받은 건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물론 자사주는 기업마다 취득 배경이 다르고 보유 목적도 다르다. 장단점이 혼재한다. 자본 감액 요인라는 점은 단점이다. 또 그만큼 주식이 더 발행돼 주가를 희석한다. 그러나 자사주를 처분하면 추후 현금회수가 가능하다. 아울러 지배구조 변화와도 연관이 없지 않은데, 롯데가 이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보통 지주회사로 전환하고자 하는 기업은 기업분할 방식을 택하곤 한다. A회사가 인적분할 방식으로 B·C 두 개 회사로 나눠진다. 주주는 분할후에도 동일하다. C 회사 주주는 추후 보유 주식을 B회사에 전부 출자하고 그 대가로 B회사 주식을 받는다. 주식 스와프(Swap)다. 그러면 분할전 '주주→A'의 소유관계였던 지배구조 흐름은 분할 후 '주주→B→C 구조로 바뀐다. B는 지주회사가 된다. 이 때 분할 전 A기업이 자사주를 갖고 있다면 분할 이후의 전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지주회사 관련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자사주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지주회사 전환 비용을 좌우한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업 분할 전 자사주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사례에서 A회사가 만일 자사주가 없었다면 B와 C 회사의 주식스와프 때 다수의 주주가 스와프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자사주가 만일 6%가 있었다면 14%의 주주만 스와프에 참여해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요건(상장회사 지분 20% 보유)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롯데쇼핑이 자사주를 취득한 건 이번이 최초였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다. 자사주 규모는 7000억원이 넘는다.

물론 절세의 목적도 없지 않아 꼭 소유구조 정비를 위해서만 이런 거래를 했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통합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계열사간 잇단 합병 일부 순환출자 해소 시작..불필요 교차지분도 해소

롯데가 소유구조 정비에 나선 건 이 뿐 아니다. 호텔롯데는 지난 4월25일 롯데카드 주식 93만9232주(1.24%)를 매각했다. 주식 매도를 통한 자금흐름 개선이라고 이유를 밝혔으나 롯데는 그 이전 지난 10여년간 이 주식을 갖고 있었다. 호텔롯데의 현금흐름도 나쁘지 않다.

역시 지배구조 관점에서 거래를 보면 호텔롯데는 불필요한 소유 지분을 처분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92.54%)는 롯데쇼핑이다. 롯데캐피탈이 2대주주(4.59%)이고 호텔롯데는 3대주주(1.24%)였다. 호텔롯데 입장에서 롯데카드 지분은 불필요한 지분이었다.

롯데그룹은 이렇게 계열사간 물고물리는 지분을 다량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는 호텔롯데의 사례처럼 지배력과 연관없는 지분율이 적지 않다. 기업공개(IPO)를 꺼리고 주주현황에 외부 법인이 들어오는 걸 꺼리는 롯데그룹측 분위기가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 간략 소유구조

최근 롯데쇼핑이 롯데칠성음료(6.57%) 및 롯데제과(2.96%) 지분을 처분한다고 밝힌 것은 이런 거래의 후속편이다.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을 만들어낸다. 상호출자의 가공자본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고 판단해 국내법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호출자는 6개월 이내에 해소해야 하는 규정에 따른 거래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사전 단계이거나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전단계의 거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호출자 해소는 지배구조 정비 신호탄?

하지만 상호출자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소유구조 변화의 시작단계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롯데쇼핑이 소유한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지분은 2007년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미도파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증여한 지분이다. 롯데미도파는 작년말 롯데쇼핑과 합병했고 그래서 롯데쇼핑이 보유하게 됐다. 그런데 롯데쇼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그룹 부회장이 각각 지분 14.59%, 14.58%를 보유하고 있다. 의도야 분명치 않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2007년 신격호 회장의 증여는 롯데쇼핑의 최대주주인 두 아들에게 혜택을 주게 됐다.

그 지분을 '상호출자' 명목으로 이번에 처분한다면 결과적으로 신격호 회장의 지분이 처분되는 것이다. 또 이는 롯데그룹의 후계승계와 연관된 거래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 논의가 이뤄졌고 순환출자 해소법이 입안되고 있어 롯데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결부된다. 롯데그룹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여러 검토를 해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지금 당장 실행하는 플랜이 없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복잡한 '거미줄식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회사도 껴 있다.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면 어떤 대그룹보다 먼저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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