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PEF펀딩의 씁쓸한 자화상 [thebell note]

김동희 기자공개 2013-11-26 09:46:51

이 기사는 2013년 11월 2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시장에서 펀딩은 언제나 전쟁이다. 일반 공모펀드나 벤처조합보다 규모가 커 유한책임사원(LP)의 출자금을 이끌어내기가 쉽지않다. 투자에 제약이 거의 없지만 투자 기간이 길어 한번 실패하면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LP는 펀드를 운용하는 심사역과 경영진의 인성부터 경영철학, 그 동안의 트랙레코드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진다.

국내에 PEF가 도입된 지 10년에 이르면서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출자 원칙도 마련했다.

사실 LP의 눈이 높아지면서 GP의 펀딩은 더 힘들어졌다. LP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리그테이블이나 투자실적 관리에 목을 멘다. 투자자산이 행여 구설수에 오를까 전전긍긍하며 대외홍보나 마케팅에도 적극 나선다. 차별화된 펀드 운용계획과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출자자들의 손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한다. LP에 더 높은 수익을 보전해 주기 위해 GP가 손해를 감수하는 일도 비일비재.

그러나 현실에서 GP가 일방적으로 LP의 의사결정을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국내 대표 PEF인 A는 B 금융회사에 출자를 의뢰했다.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위해 부족한 일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B 금융회사는 1개월 가량의 심사를 진행한 뒤 투자를 거절했다. A가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좋지 않아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출자한 펀드의 투자가 한창일 때 기존 펀드에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경우, GP는 LP의 의견에 수긍한다.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지만 B의 의사결정 과정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물론 출자 담당자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지속해 다음 출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러나 A는 B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되레 친분이 있던 B 경영진에 출자금을 지원토록 압력을 행사하는 초강수를 뒀다.

B의 실무 담당자들은 경영진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재심사에 나섰다. 하지만 출자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 찍어 누르듯 경영진을 압박해 출자를 받으려는 모습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자금줄을 쥔 LP 담당자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A를 신뢰할 수도 없었다.

B 담당자는 더욱 철저하게 재심사를 진행, 최종적으로 출자를 승인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문제는 이후에 더 커졌다. B 경영진은 A에 대한 출자가 실패하자 심사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기존 제도를 바꾸도록 지시했다. 향후 경영진의 의견이 보다 수월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다.

사실 A와 같은 사례는 PEF시장에서 매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LP들 사이에선 블랙리스트까지 나돌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재계에 무시하지 못할 인맥을 가졌거나 높은 지위를 누렸던 경영진이 포진한 PEF가 이 같은 유혹에 더 쉽게 빠진다.

대규모 자금을 믿고 맡겨야 하는 LP는 GP를 검증하는 일이 숙명과도 같다. PEF가 고수익을 얻기위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고 철저하게 심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GP입장에서 출자에 나서지 않는 LP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부정과 불법이 존재하지 않는 한 LP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혈연·지연·학연을 동원해 무조건 펀딩만 받으려는 A의 모습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PEF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같아 씁쓸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