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에너지·정석기업 처리도 '딜레이' [지배구조분석]한진해운에 우선순위 밀려..지배구조 개선 과제 줄지어 대기
문병선 기자공개 2013-12-03 11:02:00
이 기사는 2013년 11월 29일 13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레마는 한진해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진에너지도 비슷한 경우다. 한진에너지는 S-Oil의 지분 28.41%를 갖고 있는 사실상 특수목적회사(SPC)다.그룹내 소유구조는 '한진칼(지주회사)-대한항공-한진에너지-S-Oil(증손회사)' 순서다. 한진해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주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가져야 하므로, 한진칼은 S-Oil 지분을 100% 갖거나 아니면 아예 보유 중인 지분(28.41%)을 매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100%를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S-Oil 지분을 매각하는 편이 수월하다.
유력한 인수 주체가 바로 한진칼인데, 자금력의 문제가 걸린다. 한진에너지 지분은 최소 1조여원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주회사(한진칼)는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한진칼은 4400억원대 자본총액과 2800억원대 부채총액을 갖고 있어 차입 가능 여력은 대략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은행권도 현재 대한항공에 고강도 재무구조개선 방안을 요구하며 한진에너지 등 자산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줄이라는 게 골자다. 한진에너지가 매각 대상 자산에 포함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지배구조 관점에서만 보면 어떤 방식으로 든 처리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는게 한진그룹의 고민이다. 외부 매각 관측도 제기되지만 조 회장의 한진에너지에 대한 애정을 보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래저래 고민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또 순환출자 해소 문제도 발등의 불이지만 손을 대지 못한다. 사실 지주회사 전환 계획의 주요 골자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였다.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않으면 모든 게 의미가 없다. 공정거래법상 주어진 시간도 약 1년 7개월이다. 2013년 8월 지주회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근 한진그룹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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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있어서는 '한진칼+정석기업' 합병안이 유력했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풀려서다.
우선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3단계 순환출자가 '한진칼-한진'의 2단계로 줄어든다. ㈜한진과 일시적으로 상호출자 관계에 놓이긴 하지만 해소가 어렵지 않다. 또 한진칼의 부족한 자금력을 채울 수 있다. 정석기업은 자본총액 3000억원 가량의 알짜 부동산 임대 기업이다. 매년 100억원대 이익을 낸다. 아울러 오너일가의 지주회사 지분율이 훌쩍 올라간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6.76%를 갖고 있지만 정석기업 지분을 27.21% 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해소보다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에 더 많은 힘을 쏟는 듯 보인다"며 "한진해운 자금 지원 문제와 지배구조 이슈를 정리하기 위해 정석기업과의 합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합병에 따른 세금 문제와 우회 상장 문제 때문에 주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이런 지배구조 이슈가 후순위로 밀린데는 조 회장의 '한진해운 살리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핵심 관계자는 "장남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고 말해 그룹의 기류를 알 수 있게 한다. 회장의 관심이 한진해운에 쏠려 있다보니 참모들의 관심도 지배구조 이슈보다 한진해운 이슈에 몰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진그룹을 걱정하는 분이 한 둘이 아니다"며 "내부 의사결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원이 결정되면서 대한항공 주가가 상당폭 떨어진 점도 지배구조 이슈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을 최소 20% 이상 가져야 하는 데 쉬운 길이 있었지만 주가 하락으로 어려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쉬운 방법은 대한항공 주식을 주주들로부터 공개매수하고 그 대가로 한진칼이 신주를 나눠주는 방식이다. 이 방안이 성공하면 한진칼은 현금을 들이지 않고도 자본확충이 가능하다. 또 오너 일가는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분할 당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 비율은 1대0.39였으나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 비율은 대략 1대0.5로 그 비율이 더 좁혀졌다. 대한항공 지분을 주고 더 많은 한진칼 지분을 받으려면 이 비율은 넓혀져야 하는 데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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