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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신용등급 방어 의지 있나 [thebell note]

민경문 기자공개 2014-03-28 09:56:16

이 기사는 2014년 03월 27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구조조정을 통해 3조 5000억 원대의 자금을 마련하고 부채비율을 400%대로 낮추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가 지난해 12월이었다. 계열사 한진해운에 대한 재무 지원으로 동반 신용위험 확대를 우려한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였다. 당시 투자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는 않은 채 향후 대한항공의 행보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요즘 대한항공을 보면 도대체 믿는 구석이 따로 있는 건 아닌 지 의심이 들게 만든다. 당초 구조조정 방안 가운데 성사된 딜은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 2조 원 규모의 에쓰오일 지분은 아람코와 블록딜 처분 방식을 논의하는 데 그치고 있는데다 나머지 항공기 및 유휴 자산 역시 매각 의지가 불투명해 보인다.

5년 만의 대규모 영업 적자 이후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도 요원하다. 필요한 돈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통해 충당하고 있지만 장래 유입될 자금을 미리 끌어다 쓰는 형태인 만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회사채 발행의 경우 이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다.

문제는 들어오는 돈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나가는 돈만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주력 사업이 아닌 쪽에 계속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시장의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 LA에 추진중인 초대형 호텔 건립 건만 해도 그렇다. 이를 위해 계열사인 한진인터내셔널의 1000억 원 규모 증자에 참여했다. 10억 달러에 이르는 전체 건립 비용 가운데 절반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여기에 3월 한 달에만 왕산레저개발과 아이에이티라는 회사에 각각 140억 원과 117억 원 규모의 출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모두 대한항공 계열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왕산레저개발의 경우 왕산해수욕장 인근에 요트경기장을 포함한 테마파크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당장 수익성이 불투명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과 지역 발전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왕산레저개발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우회성 지원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그룹 명운을 좌우할 프로젝트라고 말하겠지만 시장에서는 이같은 비주력 사업 투자가 재무 구조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주채권은행이자 한진그룹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있는 산업은행은 이를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신용평가사들의 정기 평가 시즌이 도래할 예정인 가운데 대한항공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 지 궁금해진다. 호텔 등 레저사업에 투자하는 여유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기자가 과도한 우려를 하는 것 아닌 지 착각하게 만들 정도다. 한진해운에 대한 4000억 원의 증자참여도 여전히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최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대한항공을 겨냥한 경고장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살리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이제 '한 몸'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온 신용평가사들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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