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21, 모회사 재고정리에 등골 휜다 세정아울렛 운영 3년만에 영업적자…판매부진·재고떠안기 '이중고'
장소희 기자공개 2014-04-23 09:15:0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17일 1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패션기업 세정의 아웃렛 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 세정21이 영업적자를 이어가며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그간 세정21은 세정에서 발생한 재고를 떠안아 재판매하며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출점이 힘들고 재고 소진이 더뎌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향후에도 마땅히 재고를 소진할 방법을 찾지 못해 재무상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세정21은 지난해 1089억 원 매출을 올렸지만 6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에도 매출액이 1036억 원이었지만 50억 원 손실을 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세정21은 지난 1997년 설립된 세정의 의류판매업 자회사로 모기업 세정이 지분 87.92%를 보유하고 있다. 원래는 세정의 기반 지역인 부산·경남지역 제3무선호출 사업회사 '세정텔레콤'으로 출발, 시큐리티 사업본부를 발족하며 용역경비업도 했었다.
하지만 관련 사업경험이 없는 세정이 이를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2000년대 초반 의류사업본부를 만들며 본업을 다시 시작했다. 세정의 대표 브랜드 인디안을 포함해 관계사 '세정과미래'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재판매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자체 패션브랜드 '휴이(HUUI)'를 론칭하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절치부심하고 새로 시작한 사업이 바로 아웃렛이다. 기존에 흩어져 판매하던 세정의 이월상품을 한자리에서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직접 만든 것이다. 2009년 9월에 세정아울렛 용인팩토리점과 부산점을 오픈했고 2012년 서수원점과 양산팩토리점, 평택점을 열며 총 5개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이 아웃렛 운영이 세정21의 주된 사업이 됐다.
아웃렛 사업은 초반부터 휘청였다. 3개점을 오픈하고 이듬해인 2010년 오히려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에는 소폭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2012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더니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더구나 2012년에는 아웃렛 추가 출점도 이뤄져 매출액이 20억 원 가까이 늘었지만 적자를 피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세정으로부터 이월재고가 계속해서 들어오지만 이것이 제대로 판매되지 않았던 데 있다. 처음 적자를 기록한 2012년 말 기준 세정21이 떠안은 재고는 994억 원으로 1000억 원 어치에 가까웠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쌓여있는데도 이듬해에 새로운 이월상품을 매입해야 했고 지난해에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재고 994억 원 어치에 1078억 원 상당의 신규 이월상품을 매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세정21이 보유한 상품재고는 무려 1153억 원 상당에 이르렀다.
이렇게 판매 부진과 재고 떠안기가 반복되면 향후 재무상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2년 202억 원이었던 세정21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142억 원까지 줄었고 적자누적으로 인한 자본잠식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패션업계과 유통업계에서는 세정이 브랜드력과 유통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정아웃렛이 세정그룹의 재고를 떠안기만 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웃렛을 통해 세정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을지는 미지수"라며 "세정 브랜드 외에 다른 상품도 팔고 있지만 세정아웃렛을 이용해 사야겠다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재고관리가 모든 패션업계의 공통된 고민이기는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없는 브랜드력과 유통 능력을 가지고 아웃렛 사업을 하는 것은 애초에 무모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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