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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공기업, 여전한 금리경쟁 "근절책 없나" 금융당국 시정 요구에도 수수료 녹이기 여전

황철 기자공개 2014-06-02 11:26:37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9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회사채 시장의 초우량 최대 발행사 집단인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의 금리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비슷한 시기 발행한 계열 공기업 채권의 금리를 기준으로 1bp라도 낮게 조달하기 위한 자존심 싸움이 한창이다.

이들 채권을 인수하기 위해 노마진을 물론 역마진까지 감수하는 국내 IB의 수수료 녹이기도 여전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일괄신고 채권의 금리 결정과정과 증권사 불건전 영업 관행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입장에서도 기업 조달과 관련해 공시제도 개선 외에는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기업 조달 관행을 제어할 수 있는 감사원조차 경영 효율성을 앞세워 오히려 저금리 조달을 부추기고 있다. 발전 공기업과 증권사의 현재 태도로는 시장 자율 정화 역시 기대하기 힘든 상황.

◇ 시장금리 무시, 계열사보다 1bp라도 낮게 낮게

한국전력공사 발전 공기업은 올해 2조6584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찍은 최대 발행사 집단이다. 한국서부발전을 제외한 5개 공기업이 국내 그룹 중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했다.

5개월 사이 한국남부발전 9984억 원, 한국수력원자력 5600억 원, 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 각 4000억 원, 한국중부발전 3000억 원어치의 물량을 찍었다. 최우량 신용등급(AAA) 보유 기업답게 만기 10년~20년짜리 장기물을 잇따라 시장에 풀어놓았다.

그러나 회사채 발행 과정을 보면 시장을 선도할 자질을 갖춘 최고 기업이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형제 기업 간에 한푼이라도 조달비용을 아끼기 위해 과도한 금리 경쟁을 벌인 것은 오래된 일. 이들 채권의 발행금리는 시장 컨센서스와 전혀 상관 없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비슷한 시기 발행한 계열사 채권의 수익률보다 1bp라도 낮추는 게 최우선 목표라는 건 정설로 굳어진 지 오래다.

발전 공기업

실제로 올해 1월 이후 회사채 금리가 등락을 거듭했지만 발전 공기업 채권 발행 수익률이 이전보다 높게 형성된 적은 거의 없었다. 지난 한 달여 간, 이들이 발행한 10년물 채권 금리만 보더라도 계열 간의 자존심 경쟁이 얼마나 심했는 지를 감지할 수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4월18일 10년물 1900억 원을 3.669%에 발행했다. 3주 전인 3월26일 그간 나온 10년물 중 가장 비쌌던 한국남동발전 채권 표면수익률 3.674%보다도 낮았다. 발행 전일 개별민평 3.713%과 대비해도 4.4bp차이가 났다. 워낙 금리가 왜곡돼 있어 민평 수익률과의 비교조차 의미가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일주일 후인 4월25일 10년물을 3.679%에 내놓았다. 한국중부발전보다 1bp 높긴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채수익률이 3bp 가량 오르고 크레딧물 전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해 실질적으로는 중부발전 이상의 강세 발행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수력원자력 채권은 발행 당일 전량 수수료 녹이기를 통해 싼 값에 팔렸다. 시장 수급과는 무관한 금리 결정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 "그나마 채권 시장 상황을 일정부분 반영해 중부발전보다 1bp라도 높여 준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는 IB도 없지는 않았다.

이달 들어 발전 공기업 채권의 발행 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떨어졌다. 13일 한국남부발전은 10년물 2600억 원을 3.58%에 발행했다. 계열 맏형격인 한국수력원자력보다 거의 10bp나 낮게 조달했다.

28일에는 한국남동발전이 한술 더 떠 10년물을 3.479%에 조달했다. 특수채조차 쉽지 않은 3.5%선마저 무너진 것. 당시 AAA급 기준 민평 3.635% 보다 약 15bp나 낮은 초강세 발행이었다.

◇ 증권업계 수수료 녹이기, 역마진 불사

발전 공기업의 과도한 금리 경쟁은 회사채 시장의 대표적 불건전 관행인 수수료 녹이기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나온 발전 공기업 채권은 발행 당일 단 한 종목의 예외도 없이 수수료에 상응하는 수준의 높은 금리로 팔려나갔다. 28일 한국남동발전 39회차 채권은 표면금리 3.479%보다 2bp 높은 3.499%에 매각됐다. 만기 10년을 고려한 매매손실 규모(만기 년수 * 금리차)는 인수 수수료 20bp와 동일했다. 증권사가 인수 대가로 얻은 수익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13일 한국남부발전 채권도 5년, 10년, 15년물 모두 각각 4bp, 2bp, 1bp 높게 매매됐다. 만기를 감안한 수수료 녹이기 수준은 모두 15bp~20bp였다.

지난달 25일 한국수력원자력 42회차 채권 역시 5년물 6bp, 10년물 2bp, 20년물 1bp 높게 거래됐다. 10년물과 20년물의 경우 수수료를 모두 토해냈고, 5년물은 10bp 가량의 역마진까지 발생했다. 4월18일 한국중부발전 발행물 역시 7년물 3bp, 10년물 1.6bp씩 높게 거래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전공기업의 금리 경쟁은 저비용 조달을 하나의 업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와 피감기관으로서 받아야 하는 감사원의 감시 등의 영향 때문으로 파악된다"라며 "하지만 수급과 전혀 상관없이 금리가 결정돼 수수료 녹이기 등의 부작용이 양산되고 채권 전반의 금리를 왜곡할 개연성도 있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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