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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 으름장 놓던 한신평, 은근슬쩍 꼬리내리기? 신용등급 하향검토 해제, 유지 확정…"부정적 전망도 공염불일 뿐"

정준화 기자공개 2014-06-10 15:45:44

이 기사는 2014년 06월 05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의 AAA급 기업 KT에 신용등급 하향 검토라는 사상 초유의 강수를 뒀던 한국신용평가가 결국 꼬리를 내렸다. KT에 대한 정기평가에 와치 리스트 등재 후 3개월만에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용등급 중장기 전망(Outlook)을 '부정적'으로 달아두긴 했지만 '최소한의 명분을 갖추기 위한 것일 뿐 실질적인 효과나 하향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신평은 '부정적' 전망의 근거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재무나 사업 상황을 나열했을 뿐이다. 실제 신용등급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재무 트리거 제시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일 KT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고 아웃룩만 '부정적'으로 달았다. 부정적 전망은 현재 최소 6개월 길게는 2년 안에 신용등급이 하향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신평은 지난 3월 KT 자회사인 KT ENS가 모회사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자 KT와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와치 리스트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국내 다른 신용평가사들 역시 KT의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을 와치 리스트에 올렸지만 'AAA'인 KT의 신용등급을 와치 리스트에 올린 곳은 한신평이 유일했다.

2013년 당기순손실, 계열사 직원에 의한 대출사기 사건, 홈페이지 개인정보유출, 불법보조금 지급에 따른 영업정지처분 등 일련의 대형 이슈가 계속적으로 발생해 평판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KT가 영업적으로 긴밀한 KT ENS에 대한 지원의지를 철회해 신뢰도 또한 급격히 떨어졌다는 게 한신평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한신평이 언급한 사항들이 신용등급 하락까지 이어질 만한 사안이었느냐에 대해 다른 신용평가사들은 견해를 달리했다. KT의 신인도와 평판에는 흠이 갈 수 있지만 채무상환 능력 등 펀더멘탈에 영향을 미칠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문제가 발생한 자회사에 대한 지원의지를 철회한 것은 오히려 KT의 입장에서만 봤을 때 신용도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 AAA 신용등급의 경우 재무·사업실적만으로 적정성을 판단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웬만한 이슈가 아닌 이상 쉽사리 등급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한신평이 국내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KT의 신용등급을 와치 리스트 하향 검토에 올린 것은 KT ENS 매출채권 ABL에 적격등급을 부여했던 원죄의식 때문이 아니었냐는 해석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KT ENS의 매출채권 ABL을 적격등급으로 평가한데 따른 비판이 일자 한신평 입장에서는 KT그룹에 대한 보다 강력한 액션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AAA인 KT의 신용등급까지 내릴 수 있다는 강수를 뒀지만 다수 시장 참여자들은 한신평이 실제로 KT 등급을 내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이미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우량 기업의 신용등급을 실제로 떨어뜨리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 실제로 한신평은 KT의 신용등급 평정을 두고 내부적으로 상당한 의견 충돌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기도, 그렇다고 그대로 유지하기도 힘든 진퇴양난에 빠진 것.

한신평은 결국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만 '부정적'으로 조정하는 선택을 했다. 일각에서는 한신평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단순히 '시간벌기용'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등급이 떨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이나 '트리거' 등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배경이다. 일정 시점이 지난 이후 '안정적'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비판어린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와치 리스트에서 아웃룩만 부정적으로 바꾼 것은 당장 신용등급을 조정할 요인이 없으며 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의미"라며 "사실로 KT의 부정적 전망은 아웃룩의 의미보다는 그냥 신용등급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또 "KT를 와치 리스트에 올렸던 것은 결국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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