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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포스코 연합전선의 그늘 [thebell note]

김장환 기자공개 2014-08-20 09:20:00

이 기사는 2014년 08월 19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철강시장은 그야말로 '혼돈기'다. 동부제철은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치달았고, 동국제강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다.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했던 포스코마저 신용등급이 흔들렸다. '공급과잉'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그 배경에는 현대제철이 종합제철소로 발돋움에 마침내 성공한 영향이 일면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해 들어서는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부까지 가져왔고, 자동차강판 등 생산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공급처와 수요처 연결고리가 순식간에 바뀌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동국제강이다. 현대중공업에 들어갔던 막대한 후판이 현대제철 몫으로 돌아갔다. 가뜩이나 장기간 침체에 휩싸였던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일감을 놓친 것은 동국제강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여타 철강사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산업의 주축인 현대·기아차 공급 물량 상당수가 현대제철 몫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제철을 종합제철소로 키우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것도 사실 수직계열화 목적이 컸다. 예측가능한 결과였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은 자동차특수강 시장으로까지 진출을 선언하며 또 한 번의 '도전'을 알렸다.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활용해 봉강과 선재를 만드는 1차 가공 사업으로, 오는 2016년까지 100만 톤 규모 특수강 소재 생산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수급처는 물론 현대·기아차다.

가장 압박을 느끼고 있는 곳은 세아베스틸이다. 국내 특수강 1차 가공 시장은 300만 톤 규모의 생산량을 확보한 세아베스틸의 독무대였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사업을 시작하면 가장 타격을 입을 곳은 바로 세아베스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세아그룹이 내세운 타개책은 다름 아닌 포스코와 손을 잡는 방안이다. 스테인리스특수강 100만 톤 규모를 확보하고 있는 포스코특수강을 가져와 생산능력(capacity)을 크게 늘리는 방식의 대응책이다.

포스코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저물고 있는 특수강 사업을 떼어내는 동시에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세아베스틸은 스테인리스특수강 부문까지 흡수하면서 국내 특수강 1위 사업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서로간에 '윈-윈(win-win)'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딜이란 자평을 양사가 내놓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합병은 세아베스틸의 향후 시장 대응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연간 손익에서 70~80%에 달하는 몫이 현대·기아차다.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한다고 해도 현대·기아차에 집중돼 있는 수익성은 '불변'이다. 최대 납품처가 현대제철을 택한다면 아무리 생산능력을 늘려도 별다른 의미가 없는 셈이다.

포스코가 특수강을 떼어내기로 결정한 것이 수익성 감소추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포스코특수강의 매입가가 1조2000억 원대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아베스틸이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연간 영업이익은 좋게봐야 500억~600억 원대. 연간 EBITDA(지난해 약 1000억 원)를 고려하면 12년은 지나야 본전을 건질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세아베스틸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현대제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조만간 시장에 나올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한 마디로 동국제강처럼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중이다.

그러나 세아베스틸에 당장 필요한 것은 수요처 다변화,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대다. 단순히 생산능력 늘리기가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다른 어떤 이유보다 현대제철 견제를 위한 '연합전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그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이번 합병 추진이 불안하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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