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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법'이 필요하다 [thebell note]

박제언 기자공개 2014-09-29 08:25:19

이 기사는 2014년 09월 29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은 개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다. 관련 업무 종사자가 아니라면 딱히 알 필요는 없다. 벤처기업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금융인프라이면서도 그다지 인정받지는 못한다. 누군가는 '캐피탈'이라는 이름에서 대부업을 연상하기도 한다.

벤처캐피탈사의 업무는 간단하게 요약된다.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출연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출자를 받아 벤처조합을 결성하기도 한다. 은행이나 카드사, 증권사와 하는 일은 명확하게 다르지만 일종의 금융업이다.

국내 벤처캐피탈의 역사는 30년 가까이 됐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반도체 투자를 결정한 시기도 1980년대초라고 하니 국내 IT 산업과 비슷한 역사를 가진 셈이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은 IT산업과 달리 산업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경제에 알게 모르게 기여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등은 금융산업으로 분류돼 각각의 법 체계 아래 움직인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은 그렇지 못하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존재하지만, 이는 벤처캐피탈이 아닌 중소·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벤처캐피탈은 단지 그 일부에 속하며 '육성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마저도 조합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법의 적용을 받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탈에 대해 좀 더 오랜 전통을 가진 미국은 '중소기업투자회사법'으로 벤처캐피탈을 관리한다. 벤처캐피탈을 산업의 한 영역으로 포함해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관리하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의 산실인 실리콘밸리가 존재할 수 있던 배경도 선진화된 벤처캐피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 유투브도 벤처캐피탈이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 성장할 수 있었다.

1989년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설립된 이래 국내에서 총 148개의 벤처캐피탈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올해까지 평균 1년에 6개의 벤처캐피탈이 간판을 내린 꼴이다. 수익을 내지 못해 회사가 망하게 된 이유가 가장 크지만 제도적 관리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지난 한 해만 벤처캐피탈에서 벤처기업으로 흘러간 투자 규모가 1조 4000억 원이다. 올해는 1조 5000억 원 이상, 내년에는 2조 원 가까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벤처캐피탈에 '조합을 좀 더 많이 결성하라' 고 독려할게 아니라 '투자를 잘 하라'고 격려해야 한다. 잘 된 투자를 이끌기 위해 벤처캐피탈에 대한 산업 정체성 확립을 비롯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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