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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공조 '매도 리포트'는 옳은가

정호창 기자공개 2014-12-11 09:21:1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09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자동차 공조업계 국내 1위, 글로벌 2위 기업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딜 사이즈가 무려 4조 원에 육박해 연말 M&A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상장법인이기 때문에 증권시장 역시 출렁였다. 최대주주 변경이란 대형 이벤트가 발생했기에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급하게 회사 미래와 주가에 대한 전망을 내놓아야 했다.

문제는 이들이 이번 딜과 관련해 충분한 정보와 분석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투자자보다는 본인들 입장을 고려한 '안정적인 선택'을 한 듯 하다.

M&A소식이 전해진 후 한라비스테온공조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들 한결같이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놨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이나 '보유'로 낮추고,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국내 증권업계의 관행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식을 팔라'는 의견을 제시한 셈인데,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의 선택은 방어기제가 적절히 작동한 결과로 봐야 한다. 긍정적인 매수 리포트를 내놨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격렬한 항의와 반발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주가가 오른 경우엔 상대적으로 뒤탈이 별로 없기 마련이다.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입을 모아 부정적 목소리를 낸 결과, 지난달 24일 한라비스테온공조 주가는 11.58%나 폭락했다. 하루만에 시가총액 5871억 원이 증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순매도에 나선 국내 투자자들과 달리 외국인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주식을 쓸어 담았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이후 11거래일 연속 한라비스테온공조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는 국내 애널리스트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라비스테온공조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PEF가 인수하면 성장전략이 불확실해지고 주주친화정책이 약화될 수 있다는 논리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M&A업계에서는 'PEF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나온 분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PEF가 기업을 인수하는 이유는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얻기 위해서다. 따라서 PEF는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총력을 다한다.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우수 인재를 영입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 KKR과 어피너티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5년만에 기업가치를 3 배로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주주친화정책도 PEF가 전략적 투자자(SI)들을 앞선다. PEF는 기업 인수시 레버리지 전략을 활용하기에 인수자금의 절반 가량을 금융권에서 차입하고, 이자 지급은 투자기업의 배당을 통해 해결한다. 따라서 PEF가 인수한 기업의 배당성향은 SI가 주인인 기업보다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M&A업계에선 향후 한라비스테온공조 주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대한 답을 코웨이와 로엔엔터테인먼트에서 찾고 있다. 둘 모두 해당 분야 1위 기업을 PEF가 인수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초 코웨이를 인수했다. 당시 주가는 4만 3000원 수준이었고, 만 2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주가는 8만 3600원이다. 어피너티는 지난해 가을 로엔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지분을 손에 넣었다. 당시 주가는 1만 3000원 수준이었고, 1년 가량이 지난 현재 주가는 3만 8900원이다.

내년 이맘때 쯤 한라비스테온공조 주가가 얼마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과연 어떤 리포트를 내놓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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