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KT미디어허브 합병… 황창규의 복심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대비한 고육책 vs 이석채 흔적 지우기

정호창 기자공개 2015-01-09 08:57: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8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창규 KT회장(사진)이 자회사인 KT미디어허브 합병을 결정하며 신년 초부터 적극적인 구조조정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해 관련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담은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대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과 함께, 집권 2년차를 맞아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이석채 흔적 지우기'에 본격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크기변환_황창규 KT 회장
8일 금융감독원 및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KT미디어허브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KT는 합병 목적으로 경영 효율성 증대와 사업간 시너지 효과 강화를 내세웠다.

이에 대해 IT업계에선 KT가 방송법 개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에 대한 시장 점유율 규제가 강화될 경우 KT그룹의 신규 가입자 유치에 제동이 걸리는 만큼 수익성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분산된 조직을 합치기로 결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현행 방송법에는 한 사업자가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의 시장 점유율을 더해 전체 시장의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 제도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재 위성방송은 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케이블방송업계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들은 형평성을 이유로 정치권에 위성방송의 합산규제 적용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그간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미뤄둔 상태다.

KT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IPTV와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을 합쳐 현재 3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방송법이 업계 요구대로 개정될 경우 KT는 향후 신규 가입자 유치에 큰 제한을 받게 된다.

가입자 확대가 어려워져 매출 성장에 한계를 맞게 되면 KT그룹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원가 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자구노력 정도 밖에는 없다. 조직을 슬림화하고 비용 낭비요소를 제거해 이익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KT의 유료방송 서비스는 크게 3곳이 담당하고 있다. 위성방송은 KT스카이라이프가 맡고 있고, IPTV(올레TV) 사업은 KT와 KT미디어허브가 역할을 나눠 수행하고 있다. KT가 올레TV 사업권을 갖고서 영업과 마케팅을 책임지고, KT미디어허브가 콘텐츠 유통과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는 형태다. 사업 주체가 이원화된 만큼 불가피하게 중복된 조직체계와 비효율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황 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사의 합병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병 결정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전면에 경영 효율성 제고를 내세웠지만 이면엔 황 회장의 '이석채 흔적 지우기' 의지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전임자의 경영전략을 상징하는 대표기업을 제물로 삼아 변화에 소극적인 KT그룹 임직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구조조정 속도를 가속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관료 출신의 이석채 전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탈통신' 전략을 추구했다. 그는 KT그룹이 주력 사업에만 안주해서는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며 임직원들에게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KT그룹은 이석채 회장 시절 BC카드, 금호렌터카(현 KT렌탈) 등을 인수하며 자회사를 20곳 가량이나 늘렸다.

KT미디어허브의 설립을 주도한 것도 이 전 회장이다. 그는 2012년 12월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며 KT미디어허브 출범을 진두지휘했다.

반면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 회장은 지난해 초 취임 직후부터 '다시 통신', '싱글(Single) KT'를 주창하며 본업인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전임자가 추진한 확장 전략의 결과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조직에 메스를 대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단 전략이다.

황 회장의 이런 방침에 따라 KT그룹은 KT렌탈과 KT캐피탈 등 일부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선 "집권 2년차를 맞은 황 회장이 본인의 경영전략을 대내외에 다시 각인시키고 임직원들에게 변화의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하기 위해 이번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임자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상징성이 높은 KT미디어허브를 올해 첫 구조조정 타깃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의 목적이 방송법 개정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 같은 문제로 연결된 KT스카이라이프의 처리 방안이나 효율성 제고 전략도 조만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며 "KT그룹의 후속조치와 향후 행보를 통해 황 회장의 복심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