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금감원 물먹인 서부발전, '또' 수수료 녹이기 발행과 동시에 고금리 매각…노마진 넘어 역마진도 발생

황철 기자공개 2015-05-15 09:40:5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13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서부발전 채권이 또다시 수수료 녹이기로 팔려나갔다. 금융감독원이 일괄신고채권 금리 산정 방식을 두고 엄중한 시정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 더욱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일괄신고채권에 수요예측을 적용할 수 있다는 상당히 파격적인 경고까지 내놓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자칫하다가는 일괄신고제도의 순기능과 취지까지 저해할 수 있는 과도한 당국의 개입을 발전 공기업 스스로가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5년물 노마진, 10년물 역마진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8일 2000억 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 5년과 10년으로 나눠 각각 1200억 원, 800억 원 어치를 찍었다. 발행 금리는 2.334%, 2.701%를 나타냈다.

3월말 동일 만기 표면수익률 2.139%, 2.427%보다는 높지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호적 조건이었다. 발행 전일 개별 민평 2.350%, 2.715%(한국채권평가 기준)을 하회하는 수준.

서부발전이 인수단에 제공한 수수료는 만기와 상관없이 20bp씩이었다. 연 단위로 단순 환산하면 5년물은 4bp, 10년물은 2bp 정도씩의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인수단의 손에 쥐어진 수익은 사실상 없었다. 일부에서는 역마진까지 감수하고 영업에 나선 곳도 있다.

서부발전 채권은 발행 당일 상당량이 장외 시장에서 헐값에 투자자에게 넘겨졌다. 5년물의 경우 최고 2.374%에서 매매됐다. 발행금리 2.334%보다 4bp 높다. 매수와 매도가 합쳐진 거래량은 1300억 원 가량을 나타냈다.

인수 직후 고금리로 투자자에 넘긴 IB는 발행수익률과 매매 금리 차이만큼 손실을 입어야 했다. 최고 수익률에 매각에 나선 증권사의 경우 연 단위 환산 4bp의 손해를 보고 투자자에게 물량을 넘기게 됐다.

표면금리는 연간 수익률이기 때문에 만기가 길수록 거래단가는 더 크게 떨어진다. 해당 채권 만기가 5년인 점을 감안하면 총 손실 규모는 20bp(4bp x 5년)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인수단이 받은 수수료 수준과 동일하다. 말 그대로 '100% 수수료 녹이기'였다.

서부발전 5년물 채권은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대우증권, 코리아에셋증권, 한양증권이 나눠 인수했다.

10년물은 상황이 더 심하다. 발행과 동시에 표면수익률 2.701%보다 2.3bp 높은 2.724%에 매매됐다. 거래량은 800억 원 가량이었다. 만기 10년을 감안한 총 손실 규모는 최고 23bp다. 평균 매매 수익률 2.722%로 따져도 21bp의 손실을 입게 됐다.

인수 대가로 받은 수수료 20bp를 넘어서는 규모. 노마진을 넘어 역마진을 감수하고 영업을 벌인 것이다. 서부발전 채권 10년물은 신한금융투자와 현대증권이 인수했다.

◇ 사설입찰 제도 보완 절실

이번 수수료 녹이기는 최근 금융당국이 일괄신고채권의 금리산정을 두고 증권사와 발행사에 경고의 목소리를 높인 시점에 발생해 더욱 주목된다. 금감원은 수수료 녹이기 등의 관행이 지속될 경우 일괄신고채권에 수요예측을 도입할 수 있다고까지 엄포를 놓았다.

기업의 자금조달 편의성 확보라는 일괄신고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실제 수요예측을 도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에 대한 경계론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

하지만 수수료 녹이기는 국내 회사채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였다. 발행사의 저금리 욕구와 IB의 과당경쟁은 물론 사설 입찰제도의 맹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서부발전의 사례처럼 당국의 경고가 전혀 먹히지 않을 경우 강도높은 제도 보완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행 일괄신고제도의 최대 수혜자인 발전 공기업 스스로가 당국의 개입을 유도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상승과 함께 발전 공기업 채권으로 수수료 녹이기 이상의 매매 및 평가손실을 입은 IB가 속출하고 있다"라며 "금융당국의 개입과 무관하게 시장에서 스스로 일괄신고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보완책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