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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확대' 종근당의 변신 [제약사 신성장전략]제네릭 중심 사업구조 탈피, 연구인력·R&D투자 대폭 강화

김선규 기자공개 2015-07-20 08:25: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5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위스 중소규모의 산도즈와 시바가이가 합병해 탄생한 노바티스(Novartis)는 설립된 지 18년 만에 세계 1위 제약사로 등극했다. 스무살도 안된 신생기업이 관록의 화이자, 로슈, GSK 등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풍성하지 못한 R&D파이프라인으로 연간 100억 달러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며 미국을 비롯한 유럽 제약사들의 어정쩡한 경쟁자에 불과했던 노바티스가 몇 년 사이에 세계 최고가 된 배경은 무엇일까.

'혁신하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Innovate or Die!)'라는 경영철학이 말해주듯, 노바티스는 과감한 변화와 자기 혁신을 꾀했다. 특히 기존 복제의약품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탈피하기 위해 신약개발에 열을 올렸다. 조셉 지메네즈 노바티스 CEO(최고경영자)는 매출액이 5% 증가할 때마다 R&D 투자 예산을 최소 5% 이상 증가시킨다는 '5%룰'을 만들 정도로 신약개발을 강조했다.

그 결과 경쟁업체들이 규모확대에 몰입하는 사이 R&D투자로 신약파이프라인을 강화해 제약시장의 주도권 확보하게 됐다. 현재도 150여 개 프로젝트에서 500여 개 신약후보 물질이 임상 중이다.

국내에서도 노바티스처럼 과감한 변화에 베팅한 기업이 있다. 바로 종근당이다. 지난 3월 영입된 김영주 종근당 사장이 매주 임원회의에서 신약개발을 강조할 정도로 대대적인 사업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종근당은 탁월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제네릭에 집중한 덕분에 준수한 실적을 유지하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특히 순환기 계통의 제네릭 품목을 줄줄이 시장에 선보이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2011년 전후로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사업전략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던 성장세가 한풀 꺾이자 신약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가 강화되면서 신약개발을 성장동력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속도는 빨랐다. 국내 상위 제약업체 중 연구인력 및 연구개발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2010년 396억 원에 불과했던 R&D투자규모는 지난해 747억 원으로 늘어났고 240여 명이었던 R&D 인력도 406명(효종연구소 포함)까지 증가했다. 불과 4년 사이에 투자액과 연구인력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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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내 제약사로는 드물게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새로운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국내 대학병원과 국가연구소, 벤처 등 24개 기관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다국적제약사에서 놓친 틈새시장과 R&D를 파고든다는 계산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변화를 통해 기업문화 혁신도 꾀하고 있다. 우선 연구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존 약리안전실을 약리연구실과 비임상연구실로 확대 개편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 기능을 강화했다. 연초에 단행된 승진인사에서도 연구분야의 인력들을 대거 승진시켜 R&D부문에 힘을 실어줬다.

게다가 병원과 약국을 상대로한 기존의 B2B적인 영업마인드를 버리고 최종 소비자인 환자가 원하는 신약 개발을 위해 B2C적인 기업문화와 사내 분위기 조성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환자가 약품에 효과를 볼 수 있게 '성과 중심(performance oriented) 접근법'을 실행할 방침이다.

급격한 변화 때문일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9.6% 감소했다. 매출은 늘어났지만 연구인력 증가에 따른 급여 및 복리후생비가 전년동기보다 13.6%, R&D투자액이 29% 늘어난 탓에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투자확대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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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종근당은 신약개발에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매출액 대비 R&D비중을 현재 12.8%에서 15%까지 늘리고 연구인력도 추가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신약개발 중심의 변화에 힘을 보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임상시험 승인 현황에 따르면 1분기 제약업체 중 가장 많은 10건의 신규 임상을 허가 받아 연구개발 업체로 성공적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20개의 신약 중 2개를 개발한 종근당은 현재 12개 신약이 임상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약은 비만 치료제인 '벨로라닙(CKD-732)이다. 벨로라닙은 비만과 관련된 적응증으로 미국과 호주에서파트너인 미국 자프겐(Zafgen)이 임상2상 및 임상3상 단계에서 개발 중에 있다. 1~2년 내 벨로라닙 임상이 완료되면 상당한 기술수출료가 유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종근당의 체질개선과 R&D역량 강화는 미래 경쟁력 확보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수익에 치중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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