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위탁운용 일일평가 전면 재검토 단기투자 부추기는 부작용…검증받은 운용사도 자금 회수
이상균 기자/ 정준화 기자공개 2015-08-20 10:39:19
이 기사는 2015년 08월 17일 10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시작한 국내 주식운용사 일일점검 제도가 위탁자금의 단기투자를 부추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에 봉착했다. 결국 국민연금은 두 달만에 재검토에 들어갔다.17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운용사 일일점검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해 실무진들에게 재검토를 지시했다"며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국민연금의 의도와 달리 운용사들의 단기투자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수차례에 걸쳐 일일점검의 영향을 검토했지만 부작용이 예상보다 크다고 판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지난달부터 국내 주식형 위탁운용사의 1년 성과를 매일 평가하기 시작했다. 당일 기준으로 1년 전부터의 누적 수익률을 매일 점검해 일일 수익률을 계산하고 있다. 매일 평가가 이뤄지다보니 수 년에 걸쳐 실력을 인정받은 자산운용사조차 운용자금의 상당 부분을 단기간에 회수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평가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위탁운용사 선정 및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자금회수까지 하고 있다. 1년 수익률이 3영업일 이상 벤치마크(BM) 대비 4%포인트를 하회할 경우 1차 주의단계로 신규자금 배정을 제한하고 7%포인트를 밑돌면 2차 경고 단계로 위탁자금 30%를 회수한다. 이후 한 달 동안 유예기간을 준 뒤 다시 3영업일 동안 수익률이 BM 대비 9%포인트를 하회하면 위탁자금을 전액 회수한다.
벤치마크인 시장수익률보다 나은 운용성과를 냈어도 지난해보다 성과가 부진하면 위탁받은 자금을 반납해야 한다. 예컨대 지난해 일정 기간에 5% 수익률을 냈던 자산운용사가 올해 같은 시점에 -2% 수익률을 기록했다면 무조건 위탁자금 30%를 토해내야 한다.
단기간 성과에 따라 자금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장기투자에 대한 철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짧은 평가기간에 맞춰 단타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대형주 위주로 오랫동안 장기 투자를 해 온 위탁운용사들은 최근 중소형주 장세에 울상이다.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은 위탁운용사는 당장 위탁자금이 늘어 좋지만 지금의 높은 수익률이 내년에는 고스란히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십 조 원의 국민연금 위탁자금이 이 펀드, 저 펀드로 단기간 움직일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식형 위탁운용사 중 3000~4000억 원을 회수당한 곳은 약과다"며 "1조 원 이상을 회수당한 곳도 있어 자산운용업계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일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을 회수당한 다수의 자산운용사의 대표들이 전전긍긍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며 "운용을 잘하지 못해 자금을 회수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단기 매매를 조장하는 결과로 밖에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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