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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분 사는 정의선, 승계 속도 붙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점검] ①8000억 투입 2% 취득..'글로비스·엔지' 지분 활용 촉각

박창현 기자공개 2015-12-07 08:40:04

[편집자주]

정몽구 회장의 장자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적통 후계자다. 후계자는 조용히, 하지만 주도면밀하게 가업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선 시대가 멀지 않았다. 가속도가 붙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분석하고 후계 승계 방향을 중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3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지배구조 재편 수순을 하나둘 밟아 나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이 기폭제가 됐다. 일감 지원 규제 강화되면서 지배구조 재편과 후계 승계의 키를 쥐고 있는 오너가 소유 계열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의선1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 부회장(사진) 소유 계열사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먼저 정 부회장은 일감몰아주기 대표 수혜기업으로 낙인 찍혔던 광고 대행 계열사 '이노션'과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각각 38%, 8.59%씩 처분했다.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합병도 이뤄졌다. 정 부회장은 현대엠코 지분 25.06%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정몽구 회장 지분까지 합치면 총수 일가 지분이 35.16%에 달하는데다 내부거래 비중도 61.19%로 높았다. 하지만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되면서 총가 일가 지분율은 16.4%까지 낮아져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와 현대위스코, 현대메티아 합병도 정 부회장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위스코는 대표적인 오너 소유의 일감 수혜 계열사다. 지난해 매출 6135억 원 가운데 66%에 해당하는 4050억 원을 계열사 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현대위스코 지분 57.87%를 보유하고 있던 정 부회장은 3사 합병으로 지분율이 1.95%까지 희석됐다.

일련의 지배구조 재편으로 적통 후계자는 공정위 규제를 피하는 동시에 승계 재원 마련,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를 통한 영향력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승계 재원을 확보한 정 부회장은 다음 후계 승계 단계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이노션 지분을 팔아 3000억 원을 확보한데 이어 올해 상장 때 구주 매출에 참여하면서 추가로 952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또 올 초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8.59%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7427억 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곳간을 가득 채운 정 부회장의 공략 타깃은 바로 '현대차'였다. 그동안 현대차 지배구조에서 정 부회장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올 초까지 보유 주식수가 6445주(보통주 기준)에 불과했다. 지분율은 0.0031% 수준이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 매입을 위해 쌓아뒀던 자금을 풀었다. 지난 9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주식 316만 4550주를 매입했다. 취득가격만 약 5000억 원에 달했다. 주식 매입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두 달 뒤 현대삼호중공업이 갖고 있던 현대차 지분 184만 6150주도 2000억 원에 사들인다.

그 결과, 1%도 채 안됐던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2.27%까지 늘었다. 개인 주주 중에서는 정몽구 회장(5.17%)에 이어 두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지배력 양강 체재를 구축하게 됐다.

정의선

범현대가를 이끌 집안 장자로서의 존재감도 드러내는 기회가 됐다.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은 범현대가의 큰 어른으로서 집안 대소사는 물론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조율자 역할을 해냈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종합상사 재인수와 한라그룹의 만도 재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조선업 불황 여파로 최근 수 조원 대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가 시급한 시기에 정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의 백기사 역할을 해낸 셈이다.

아울러 현대차가 현대모비스와 함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분 투자가 후계 승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최근 신흥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여파로 최근 3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등 여지가 충분한 만큼 향후 주식 교환 등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지분을 확보한 정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이벤트는 바로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여부다.

현대차는 현재 4개의 순환 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모두 '현대모비스→현대차'에서 파생된 연결 고리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간 직접적인 출자 관계를 끊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현대모비스를 지배구조 정점에 두고 타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재편 절차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 형태의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모비스 주요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지분(23.21%)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5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결국 정 부회장은 다음 후계 승계 절차를 밟기 위해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정 부회장 개인 지분율이 높은 현대엔지니어링(11.7%)과 현대글로비스(23.29%)가 재원 확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 보유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장외시장에서 1조 원이 넘는 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도 1일 종가(19만 2500원) 기준으로 평가액만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현채차그룹 순환 출자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의선 부회장 승계 역시 모비스 지분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속도와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단기간 내 이뤄지기는 힘들지만 현대차 지분 현물출자를 통한 모비스 지분 확보 시나리오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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