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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債, 브로커 변칙 경쟁..비상식적 초저금리 신종 수수료녹이기 추정…금감원 감시망 피한 꼼수 논란

임정수 기자공개 2016-07-04 08:44:3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9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부발전이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다. 중소형 증권사 브로커들 간 영업 경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금리가 떨어졌다.

모회사이자 특수채 발행사인 한국전력공사 채권의 시가보다도 금리가 낮았다. 정상적 인수 절차를 밟는 투자은행(IB) 뱅커들이 아닌 브로커들이 변칙적인 경쟁에 나서면서 적정 수준을 벗어난 금리로 결정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 서부발전, 역대 최저금리 조달…IBK證 대표주관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최근 증권사들로부터 5년 만기 회사채 1000억 원에 대한 입찰 제안을 받았다. 여러 증권사들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결과는 최저 금리를 제시한 IBK투자증권의 승리로 끝났다.

서부발전 회사채 발행 금리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9bp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서부발전 회사채 민평 가산금리에 비해 8~9bp 낮은 수준이다. 서부발전 회사채 발행 역사상 최저 금리로 평가된다.

인수단은 결정된 금리로 서부발전 회사채를 인수하게 된다. 대표주관사인 IBK투자증권이 200억 원, 코리아에셋증권이 300억 원, 이베스트투자증권이 200억 원, SK증권이 100억 원, HMC투자증권이 100억 원, 미래에셋증권이 100억 원어치의 채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 IB업계, 지나치게 낮은 금리…발행금리 부적정 평가

IB업계 관계자들은 서부발전의 발행 금리가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발행일까지 국고채 금리가 현 상황을 유지한다면 서부발전은 1.3%대에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게 된다.

서부발전 회사채의 국고채 대비 가산금리는 연초 27bp 수준에서 최근 17bp 수준으로 축소됐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영향으로 국고채 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부발전 채권 발행금리는 이렇게 떨어진 금리에서 8~9bp 더 낮아졌다. 모회사인 한국전력이 발행한 5년 만기 공사채 민평금리보다 3~4bp 낮은 수준이다. 한국전력 5년 만기 공사채의 민평금리 스프레드는 12bp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한국전력 채권의 민평금리가 서부발전의 민평금리에 비해 10bp 이상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부발전 발행 금리는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형사 IB 부문 관계자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태핑(tapping)한 결과 이 금리 수준에 서부발전 회사채를 살 투자자는 없었다"면서 "시장 수급을 고려하더라도 금리가 지나치게 낮게 결정됐다"고 평가했다.

◇ 금감원 눈 피한 수수료 녹이기 추정…매니저-브로커간 밀월관계 작용했나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감독 당국의 눈을 피한 신종 수수료 녹이기가 초저금리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발전 공기업 채권에 대한 수수료 녹이기를 집중 모니터링 해왔다. 발전 공기업 채권의 경우 발행 금리와 유통 금리가 달라 금리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모니터링 방식은 발전 공기업 채권의 발행 금리, 즉 증권사들이 채권을 인수하는 금리와 유통금리의 차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채권을 인수한 증권사들이 발전 공기업에서 받은 채권 인수수수료를 금리에 얹어 투자자에게 매출하기 때문에 발행금리와 유통금리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었다.

금감원의 집중 단속으로 IB업계 차원에서의 수수료 녹이기는 표면적으로 근절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 공기업의 초저금리 채권 발행은 지속됐다. 중소형 증권사 브로커들이 투자자와 금리를 미리 합의해 놓고 상당히 낮은 금리로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채권 발행시 인수와 매출 과정을 거치는 IB로서는 도저히 흉내 내기 어려운 금리 수준이었다. 브로커들은 인수 과정 없이 채권 입찰에서 정해진 발행 금리로 곧바로 투자자들한테 넘긴다. 브로커들은 단순히 중개만 할 뿐이다. 이 때문에 발행 금리와 기관투자자가 투자하는 금리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브로커들 입장에서는 인수 부담도 지지 않고, 금융당국의 수수료 녹이기 감시에서도 자유롭다.

발전 공기업에서 받은 20bp에 달하는 인수수수료는 고스란히 브로커 몫이다. 일반적인 채권 중개 수수료가 1~2bp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발전 공기업 채권 수수료는 10~20배에 달한다. 당초 중개 수수료가 아닌 인수수수료 정해진 것이어서 수수료 수준이 높다.

그렇다면 채권 운용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왜 수익성을 훼손하면서까지 터무니 없이 낮은 금리로 발전 공기업 채권에 투자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브로커들이 받은 인수수수료는 다른 채권 거래를 통해 정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브로커와 채권 매니저 사이에는 하루에도 수백 억 수천 억씩의 채권 거래가 이뤄진다"면서 "브로커들이 받은 인수수수료를 다른 채권 금리에 나눠 녹일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전 공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고 브로커와 매니저는 인수수료로 이익을 보는 구조여서 3자 밀월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이라며 "수수료를 반씩 나눈다는 얘기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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