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0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없습니다. 그냥 회사원만 있을 뿐입니다"얼마전 만난 한 투자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뱉은 말이다. 몇 차례 국내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 투자를 함께 검토하다 소위 '윗선'의 눈치를 보던 심사역이 막판에 딜을 엎어버렸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 대주주가 투자금 납입 하루 전날 마음을 바꿔 투자가 고꾸라졌다는 이야기는 더이상 새롭지 않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녹아든 대주주의 판단 앞에 심사역의 의견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국내 벤처캐피탈은 주주, 경영진, 조합을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심사역으로 이어지는 계층 구조를 갖고 있다. 쉽게 말해 심사역이 투자 판단을 내리고 투자를 집행하기까지 너무 많은 '대리인'이 존재한다. 벤처캐피탈이 곧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실리콘밸리와는 사뭇 다르다. 투자 판단의 독립성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한 현행 벤처 관련 법률은 '회사'를 관리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벤처 투자 활동을 위해선 회사가 존속해야 한다는 의미다.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회사의 업력과 평판은 중요한 요소일 수 밖에 없다.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은 태생적으로 회사와 심사역을 일종의 '갑을관계'로 묶고 있는 셈이다.
벤처캐피탈의 수익 모델은 성공적인 엑시트(exit)를 통한 자금 회수다. 이를 위해선 위험 부담을 안고 과감하게 모험 투자를 감행하는 '벤처(venture)' 정신이 필요하다. 심사역의 투자 판단이 조직의 논리보다 앞서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등장한 유한책임회사형(LLC) 벤처캐피탈과 자본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력 중심의 마이크로 벤처캐피탈이 탄생한 배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금줄을 쥐고 있는 모회사나 대주주, 관리자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벤처특별법 일몰 시한이 다가오며 유사 법률간 단일화를 통해 효율적인 벤처 생태계를 구축해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벤처캐피탈을 회사 체제에서 조합·인력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진지한 고민도 병행되어야할 시점이다. 이는 국내 벤처캐탈의 구조적 한계를 풀어내는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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