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06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철도공사 출자사 에스알은 지난달 회사채 시장을 찾아 2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해갔다. 외견상 조달 과정과 결과는 깔끔했다. 제안서를 제출한 복수의 증권사 가운데 주관 및 인수사를 선정한 뒤 절차대로 공모과정을 밟았다. 수요예측에선 기관투자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사실 에스알의 회사채 흥행은 한국철도공사 기반의 탄탄한 재무실적과 우량 신용도(AA+) 덕에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 투자은행(IB)들이 경쟁적으로 주관 및 인수 자격을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한 것은 당연했다. 회사채 물량 기근에 시달렸던 IB들 역시 일정 부분 수수료를 낮춰 제안하기도 했다.
에스알은 공시했던대로 주관 및 인수사로 NH투자증권을 선택했다. 이전부터 NH투자증권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공사 전담 직원의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이미 교감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영업의 연장선으로 사전 스킨십은 어찌보면 통상적인 일이고 이상할 게 없었다. 여기까지는.
하지만 에스알이 책정한 인수수수료율은 반전에 가까웠다. 5년물과 7년물 회사채 모두 동일한 5bp를 적용했다. 시장에서 에스알의 인수수수료율 얘기를 꺼내면 플레이어들은 '설마'. '아닐 거다'란 반응 일색이었다. 그만큼 에스알이 책정한 보수는 시장 컨센서스와 한참 동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에스알이 흡사 '프로그레시브(경매호가식 입찰)' 방식과 같이 재협상하는 식으로 인수수수료율을 낮췄을 것이란 주장까지 제기됐다. 최초 공모액(1500억 원)의 수수료를 독식하는 점을 감안해도 평소 스타일이라면 NH투자증권이 먼저 낮게 제안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설령 에스알이 이 같은 변칙을 저지르지 않았다해도 단순 수수료 경쟁을 통한 5bp 인수수수료율 책정은 시장을 우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우량한 빅이슈어들 사이에서도 10bp 미만의 수수료율은 찾기 힘들 정도다. 대다수 AAA급 발전 공기업 역시 20bp를 마지노선으로 여긴다.
에스알은 처음으로 자본시장에 등장했다. 겉으로는 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신규 이슈어로 화려하게 포장될 지 모른다. 하지만 시장의 물을 흐린 발행사로 기억될 듯하다. 넉넉한 보상을 못하겠다면 최소한의 시장의 컨센서스는 지키는 게 순리다. '갑질' 발행사란 오명을 받기 싫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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