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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현의 핀테크 세상]P2P, 美렌딩클럽 부실대출의 교훈

신승현 옐로금융그룹 대표공개 2016-08-19 09:56:15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8일 09: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5월 9일 미국 최대의 P2P 대출 중개업체인 렌딩클럽의 창업자가 2200만달러(약 260억원)에 달하는 부실대출을 주선한 사실이 내부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한때 렌딩클럽의 시가총액은 P2P 사업의 성장 기대로 2014년 기업공개(IPO) 직후 최고 100억달러(약 12조원)를 상회하기도 하였으나, 부정 대출사건이 공개된 이후 현재는 23억달러(약 2.5조원)로 하락했으며, 창업자 겸 CEO는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P2P 대출을 대표하는 선도업체의 과도한 거품이 사라지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우려와 논란이 증폭되어 핀테크 산업의 실재성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P2P 대출업체 e주바오(e租寶)가 90만명으로부터 500억위안(약 9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허위로 모집한 사실이 수사당국에 발각되었다. 글로벌 P2P 대출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중국에서 발생된 초대형 부정사건으로 규제당국의 다양한 후속 대응에도 불구, 여전히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다.

P2P 대출사업은 개인 또는 기업이 금융회사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출계약을 직접 체결하는 방식으로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도 불린다. 흔히 ‘크라우드펀딩'이라고 불리는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투자금에 대한 보상으로 지분을 취득하고 배당금을 받게 되는 반면, P2P 대출 투자자는 대출 원리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국내 P2P 대출산업은 이제 막 태동기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대출 잔액의 규모를 강조한다거나, 타사 대비 높은 수익률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경쟁이 다소 과열되는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신뢰를 구축하는 최초 도입단계에서 무분별한 대출잔액 증가에만 집중하게 되면 자칫 제2의 렌딩클럽과 같은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존의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도 풍부한 자금력으로 훨씬 쉽게 대출규모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당연하게도 신용위험평가에 기반한 선별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사태(2003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최근 조선·해운업 부실(2016년) 등 수 조원 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단순 규모 확장에 치중하는 모습은 지속 가능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사업모델이 형성될 수 있을지 여부조차 의문이 생길 수 있는 접근으로 이해된다.

오히려 P2P 대출 사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출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대비하여 차별화된 효익 제공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기존 금융권보다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해 우수한 대출고객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불량한 고객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것, 기존 금융권이 접근하지 못한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는 것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기존 금융권과의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역량이라는 점은 글로벌에서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상공인 특화 P2P 대출중개업체인 ‘온덱 캐피탈(OnDeck Capital)'이 대표적이다. 온덱 캐피탈은 가입절차나 개인정보 입력 절차를 단순화해 10분 내에 이자율을 제시하고 당일 또는 익일 대출이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2007년 설립된 이후 4만여 소상공인에 대해 40억달러(약 4.6조원)에 상당하는 대출을 중개했다.

영국 P2P 대출중개업계는 대출 고객층별로 상품이 특화되어 있다. 개인 신용대출(조파, Zopa), 개인 주택담보대출(렌드인베트스, LendInvest), 소상공인 신용대출(펀딩서클, Funding Circle), 소상공인 무역금융(마켓인베스트, MarketInvest), 소상공인 담보대출(씬캣츠, ThinCats) 등 각각 특화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핑안보험의 자회사로 2011년 설립된 중국 P2P 플랫폼업체 ‘루진수오(陸金所)'는 올해 초 185억달러(약 21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12억달러(약 1.4조원)에 상당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주식, 금, 외화 등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상품 포트폴리오로 중국 내에서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부각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P2P 대출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기존 금융권과의 차별화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서비스에 대한 신뢰 제고다. 특히 투자자와 대출고객에 대한 적절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투자금 예치를 의무화하고, 채권추심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며, 대출 수요자 정보 확인 절차를 공식화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가 필수적이다. 영국에선 최소 자본금을 정하고, 고객의 자금은 구분해서 처리해 은행에 입금하며, 투자자 자격과 한도부과, 분쟁조정 등의 감독조치를 금융당국에 자발적으로 요구해 시행하고 있다.

반면 대출고객 보호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제공과 전자서명 이용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를 의무화하고, 대출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연환산해 표시하며, 추심 시 금지행위를 규정하는 등 복합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은 관련 법규를 통해 대출고객을 위해 앞서 언급된 내용뿐 아니라 과도한 고금리나 불완전판매 등으로부터 대출고객을 보호하고 있다. 국내 역시 관련규제가 점차 생성되고 정교화되는 과정과 동시에 업계가 자발적으로 투자자와 대출고객 모두를 보호하는 장치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로 생각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P2P 대출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다. 향후 P2P 대출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외사례 및 국내 금융환경의 특성을 고려하여 앞서 강조한 비즈니스 차별화와 함께 서비스의 신뢰도 제고가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국내 22개 P2P금융업체들이 모여 출범한 한국P2P금융협회가 회원사 인증, 민원창구 개설 등을 포함한 자정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도, 업계 스스로 위기감을 인식하고 대응하려는 의지로 판단된다. 늦더라도 올바른 길을 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임을 개별업체 및 감독당국이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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