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허남권 "엘리엇 이슈 '노 빅딜'..특별배당 요구 과하다" [thebell interview] 삼성전자·삼성물산 장기투자 계획

박상희 기자공개 2016-10-18 11:00:5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3일 13: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갤럭시노트 7 사태는 삼성전자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최소 비용으로 끝내는 게 최선이다. 주주 입장에선 아직 삼성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삼성전자 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장기투자가 필요한 명백한 가치주다."

가치투자의 대가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CIO·사진)은 지난 12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 중지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단기 이슈에 휘둘리지 않고 오래동안 보유할 장기투자 종목이라는 확신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허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항시 저평가 돼 있는 종목"이고 "삼성물산을 지배하는 자가 삼성그룹을 지배하기 때문에 반드시 갖고 가야할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 갤노트7 사태, 관리의 삼성·품질의 삼성 신뢰 훼손 우려

허남권

허 부사장이 운용을 총괄하는 신영자산운용의 대표펀드는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과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A1(주식)' 등이다. 이들 펀드의 운용규모만 합쳐도 4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 펀드는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를 각각 8~10%가량 보유하고 있다.

허 부사장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인해 오랜 기간 소비자와 시장에 각인된 '관리의 삼성', '품질의 삼성'이라는 신뢰가 깨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스마트폰 이전에 애니콜 신화가 있지 않았나. 당시 이건희 회장이 통화 품질에 이상이 있는 휴대폰을 전부 회수해서 500여억 원에 상당하는 양을 전부 불태웠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회자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삼성의 휴대폰 신화가 무너질까 걱정된다. 그때와 달리 삼성전자는 글로벌 회사다. 이번 갤노트7 사태는 국제적인 망신이다."

신제품 출시로 이번 위기를 만회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허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오랜 주주로서 여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면서 "퀄리티가 높은 신제품을 출시해서 이번 위기를 확실히 만회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영자산운용은 삼성그룹주 가운데 삼성전자 이외에 삼성물산도 집중 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신영밸류고배당 및 신영마라톤이 두루 들고 있지만, 삼성물산은 마라톤펀드에 집중됐다. 허 부사장은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배당수익률이 약 2.4%인데, 삼성물산의 시가배당률은 0.3%에 불과하다"면서 "삼성물산이 건설 부문에서 손실본 것을 충담금으로 쌓아서 충분한 배당을 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익적인 부분을 숫자로 보면 투자할 가치가 없는 삼성물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배구조 측면의 가치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될거다. 신영은 오래동안 자회사보다는 지주회사에 투자하는 관행을 고수해왔다. 오너십 관점에서 보면 대주주는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하게 돼 있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잘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삼성물산을 뺏기면 끝난다."

◇ "엘리엇 이슈는 '노 빅딜'..지배구조 이슈로 오른 주가는 버블"

허 부사장은 향후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및 지배구조 개선을 염두에 두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투자하고 있으면서도 엘리엇의 요구사항은 '노 빅딜'이라며 신경쓰지 않았다.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나 특별배당 요구 등은 주주라면 누구나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이다. 더구나 지주사 전환은 엘리엇이 하라고 해서 하는게 아니라 시기의 문제일뿐 언젠가는 하려던 것이었다. 다만 그 조건들을 요구한 게 엘리엇이라는 외국자본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반향이 큰 것 뿐이다."

엘리엇의 요구사항이 알려진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삼성물산 및 삼성생명 등 그룹주가 동반 상승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일회성 이벤트에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주가는 얼마나 오래동안 유지되느냐가 중요하다. 상승 추세가 계속되지 않고 하락한다면 버블이라는 방증밖에 안 된다."

삼성전자의 나스닥 상장이나 특별배당 요구 등은 삼성그룹 입장에서 볼 때 실익이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특히 특별배당에 대해서는 '과하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 주주는 기업의 영속성에 관심이 없다. 가능한 많은 배당을 통해 자신들의 배만 불리길 원할뿐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IT(정보기술) 회사이기 때문에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그런 회사에 보유 자산의 절반 이상을 배당하라고 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외국계 자본이냐, 토종자본이냐의 차이일 뿐 엘리엇과 신영자산운용 모두 삼성전자의 주주이면서 기관투자가다.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신영이 늘 이야기하는 게 주인의식이다.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빼먹는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마인드로 계속해서 황금알을 낳을 수 있도록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배당금으로 보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서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결국 주가도 상승하게 돼 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제대로 된 장기투자고, 가치투자라고 생각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