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0월 18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수요예측에 실패할 경우 입는 유무형 손실은 얼마나 될까. 평판(reputation)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무형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유형적 손실은 크지 않다.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추가 이자비용 정도가 전부다. 미매각 물량이 발생하더라도 리스크나 부담은 온전히 증권사 몫이다. 대다수 발행사가 증권사와 주관계약 체결 당시 맺는 '총액인수' 조건 때문이다.증권사들이 주관계약을 따낸 이후부터 증권신고서 제출 전까지 조금이라도 구조를 조정하려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반대로 상당수 발행사들은 초기 유리하게 제안받았던 공모 구조를 크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물론 결과는 주도권을 쥔 발행사 계획에 가까운 구조로 시장에 나온다. 내부 이슈나 외생 변수를 떠나 구조는 크게 변경되지 않는다. 대폭 조정되는 경우는 손에 꼽힌다.
최근 시장을 찾은 한라홀딩스(A0)는 그 손에 꼽히는 경우다. 물량은 계획대비 절반 수준(600억 원)으로 줄였고 트랜치 역시 2년물도 추가 배정하는 등 대폭적으로 손질했다. 당연히 주관사의 부담은 낮아졌고 기관들의 투자매력은 높아졌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기관투자자들의 눈높이가 까다로워지자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수요 확보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인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모두 시장 수요조사(태핑) 과정에서 4곳의 주관사가 수정·제안한 내용을 한라홀딩스가 모두 수용하면서 결정됐다. 물론 수요예측 실패에 대한 평판 하락이나 조달금리 상승에 대한 부분도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파트너인 주관사단의 미매각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전향적'이란 표현에 모자람이 없었다.
AA급 우량 신용도의 유암코는 한라홀딩스와는 정반대 행보로 시장의 질타를 받았다. 채권시장 상황과는 괴리된 구조를 들고 시장에 나왔다 망신을 당했다. 연초 오버부킹에 취해 당시와 큰 변화가 없는 공모 구조를 제시한 탓이다. 실제 채권시장 수요와 공급은 요동치고 있었지만 트랜치 구성은 당시와 같았다. 결국 공모액의 70%(700억 원) 미매각 물량은 증권사로 넘어갔다.
물론 한라홀딩스도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어 주관사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시장의 귀감이 되긴 충분했다. 발행사의 결단이 주관사, 투자자(시장)들의 윈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한라홀딩스 역시 재차 자본시장에 나올 때 평판도는 올라간다. 보름 동안 약 10곳의 기업이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합리적인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여준 제2의, 제3의 한라홀딩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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