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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학습효과' 대상㈜, 빚내서라도 현금 저장 [Company Watch]회사채 1000억 현금 형태 보유.."연초 금융경색 우려, 보수적 운용"

박창현 기자공개 2016-11-21 08:13:28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8일 13: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 식품 기업 대상㈜이 올해 회사채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을 고스란히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 경색을 우려해 보수적으로 자금 운용 계획을 수립했다는 분석이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공격적 자금 운용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대상㈜은 최근 수년 간 금융 비용이 들더라도 여유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형태로 재무 전략을 짜고 있다.

대상㈜은 올해 들어 기타 유동 금융자산이 크게 늘어났다. 기타 유동 금융자산에는 특정금전신탁(MMT)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간 내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 상품 등이 포함된다. 작년 말 1043억 원 수준이었던 기타 유동 금융자산 장부가격은 올 3분기 2배 이상 늘어난 2224억 원으로 집계됐다. 9개월 만에 현금이 1000억 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대상㈜의 급격한 현금성 금융자산 증가는 보수적인 재무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대상㈜은 올 초 1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생했다. 어음결제와 유산스 상환 등 운영자금 확보 목적이 컸다.

당시 대상㈜은 유동성이 풍부했다. 백광산업으로부터 라이신 사업부문을 12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00억 원 대 현금성 자산을 손에 쥐고 있었다. 영업활동을 통해 매 분기 700억~800억 원 대 현금이 유입될 정도로 사업구조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대상㈜은 회사채를 발행해 곳간에 1600억 원의 현금을 새롭게 채웠다. 사실상 영업창출 현금으로 운영자금이 충당되면서 회사채 유입자금이 내부에 고스란히 쌓였다. 이후 500억 원 가량은 만기 도래한 회사채 상환에 썼고 나머지는 자금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자산에 투자했다. 이것이 대상㈜의 기타 유동 금융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다.

기업들은 자금운용에 있어 넉넉하게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를 원한다. 여유 자금이 풍부하면 돌발 재무 이슈가 터지더라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촘촘하게 입출금을 예측해 연간 재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바로 유동성 확보에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 대상㈜ 역시 16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곳간을 채우는데 연간 20억~30억 원 규모의 이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대상

대상㈜은 금융 비용 부담에도 현금 확보에 방점을 찍은 재무전략을 택했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 경색을 우려해 연초 보수적인 자금 운영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대상㈜ 재무팀 관계자는 "금융 경색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자 최대한 보유 현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올해 재무 전략을 세웠다"며 "이에 연초 회사채를 여유있게 발행해 현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IMF 외환위기 당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대상그룹의 과거 경험이 대상㈜의 보수적 자금 운영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상그룹은 당시 자금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알짜 사업이었던 '라이신' 부문을 외국기업에 팔아야만 했다. 이후 사업이 안정화되자 그룹 전체적으로 현금 확보를 최우선시하는 재무 전략이 뿌리를 내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수년 간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로존 재정 위기, 중국 저성장 리스크 등 외부 돌발 변수가 연이어 터지자 보수적인 재무 전략이 더욱 굳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최근 3년간 대상㈜은 현금성 자산(현금+단기금융상품+기타유동금융자산)이 2000억 원 아래로 떨어져본 적이 없다. 이는 전체 자산의 거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대상㈜은 외부 자금 조달로 금융 비용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 현금을 다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재무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상㈜ 관계자는 "회사채 이자 비용과 금융상품 이자 수익을 감안하면 월 단위 금융 비용은 1억 원 대에 불과하다"며 "경영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비용으로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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