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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현대상선 2M '제한적 가입' 묵인 이유는 "해운동맹으로 보기 어렵다" vs "생존 일차목표로 한 최선"

이호정 기자공개 2016-12-13 08:23:13

이 기사는 2016년 12월 12일 13: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과 선복 교환 및 매입 등 낮은 수준의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낮은 대외신인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이 과거 TNWA와 G6 소속으로 활동할 당시 일방적으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신뢰를 많이 잃었다. 2M 외에는 가입할 곳이 마땅찮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산업은행도 현대상선의 이 같은 반쪽짜리 가입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1일 2M과 향후 3년간 선복 교환 및 매입 등 전략적 협력을 맺는 제한적 계약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또 선복공유(VSA) 등이 빠져 가장 긴밀한 형태는 아니지만 법적 요건을 갖춰 사실상 해운동맹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사실상 얼라이언스 가입보다는 선사들이 운영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체결하는 '스페이스차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차터는 선사들이 데일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선복을 매입하는 계약을 말한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해운동맹을 결성하는 것은 노선을 공동 운영해 원가를 절감하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상선은 2M 가입 방식이 세계 2위 해운동맹인 오션과 유사한 '선복 매입+ 선복 교환'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선 공유가 빠진 만큼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사들이 가장 우선시 하는 자산은 선박이나 터미널 등이 아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선"이라며 "업계에서 현대상선이 2M에 사실상 가입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드러난 계약조건을 볼 때 현대상선이 과연 경영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상선의 계약 핵심이 선복 매입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이 자본집약적 산업이라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선복 매입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선복임차료를 올린다거나 스페이스를 내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해(利害)를 주장하기 어렵다. 이외 글로벌 해운 운임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물론 이번 현대상선의 2M 계약에는 선복 교환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2M 회원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가 앞서부터 현대상선 선박의 효율성을 문제 삼아왔기에 보여주기 식 조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는 현대상선이 보기에 따라선 굴욕적인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대외신인도를 꼽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과거 TNWA와 G6 얼라이언스 소속으로 활동할 당시 약속한 스페이스를 내주지 않거나, 운항스케줄을 일방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물의를 많이 빚었다"며 "디얼라이언스 가입이 불발된 것도 일부 회원사가 현대상선과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자신들이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잡음이 적잖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현대상선을 규모와 별개로 서비스 퀄러티나 신용도 측면에서는 중견선사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며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현대상선마저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이 불투명해지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 같은 제한적 계약을 묵인해준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현대상선과 산업은행은 그러나 실리에 방점을 두고 얻어낸 최선의 결과라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G6에서 활동할 당시보다 선복량이 약 20% 정도 증가하고 경쟁력 있는 북미서안 운영항로가 기존보다 1개 늘어난 3개를 운영하는 만큼 보다 다양한 서비스와 안정적인 수익성 개선 기반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현대상선의 당면 문제는 계약의 사이즈가 아닌 생존"이라며 "효율성이 높은 선박을 이용해 이윤을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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