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21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식음료 업계에 때아닌 지주사 전환 열풍이 불고 있다. 샘표를 시작으로 크라운제과, 오리온, 매일유업이 지주사 전환 행렬에 동참했다. 내년 7월부터 지주사 자산 기준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됨에 따라 서둘러 일을 진행하는 모양새다.기업들이 급하게라도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세금 감면 혜택이 있다. 여기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오너 일가는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오너 2세나 3세들 또한 지주사 전환을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너십 강화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다 부수적이다. 99%의 기업이 그렇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서 지주사 전환 업무만 수 년째하고 있는 한 임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다른 길을 가는 기업도 있다. 풀무원과 남승우 총괄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남 사장은 1984년부터 풀무원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풀무원을 매출 2조 원 대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워냈다. 현재 풀무원 지분 57.3%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 평가가치만 3000억 원이 넘는다.
다른 식품 기업들이 지주사 요건 강화로 지배구조 재편에 바빴던 올해, 남 사장은 기이한 발표를 한다. '내년 은퇴'와 '2세 승계 없는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이 핵심 메시지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풀무원 지분도 공익법인에 기부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소유(재단)와 경영(전문 경영인)을 완전히 분리해 전문 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오너 경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경영 환경 하에서는 여전히 오너 경영이 유효하다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풀무원의 지배구조 실험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정치권 입김에서도 자유로운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주인 없는 회사가 과연 성장 동인을 찾을 수 있을까.
남 사장과 풀무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풀무원이 걷는 행보 하나 하나가 대한민국 기업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풀무원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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