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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기업은행, 유로본드 '자승자박' [Deal Story]조달 전략 잇따른 수정, 타이밍 실기…비싼 한국물에 투자자들 외면

이길용 기자공개 2017-01-26 13:09:0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25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화 조달 방안을 놓고 갈팡 질팡 횡보하던 기업은행이 결국 유로본드(RegS) 흥행에 실패했다. 기업은행은 티어1 코코본드, 글로벌본드(RegS/144a), 유로본드 등을 놓고 장고를 지속했고 이로 인해 타이밍을 실기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유로본드 딜을 추진했지만 이미 비싸져 버린 한국물(Korean Paper·KP)이 수요처를 찾기가 지난 해처럼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은 3년 만기 3억 달러 규모의 유로본드(RegS) 발행을 마무리지었다. 이니셜 가이던스(최초 제시 금리)는 미국 국채 3년물(3T) 금리에 95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투자수요는 기업은행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북 빌딩 과정에서 최대로 모은 수요는 7억 달러에 불과했으며 수정 가이던스를 90±5bp로 제시하면서 주문은 더욱 줄었다. 최종 오더는 5억 1000만 달러로 집계됐으며 가산금리(스프레드)는 3T+85bp로 확정했다.

기업은행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발행을 마무리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태국 시암은행(Siam Commercial Bank)과 중국물들이 잇따라 출몰하면서 경쟁이 격화돼 수요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은 외화 조달과 관련해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화를 자초했다. 지난해 9월 외국계 증권사들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뿌린 기업은행은 당초 외화 티어1 코코본드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원화 수요가 견고하지 않은 티어1 코코본드를 외화로 찍어 조달처를 다양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외화의 경우 원화로 발행할 때의 금리 수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기업은행은 글로벌본드 발행으로 선회했다.

선순위로 조달 전략을 바꿨지만 이번에는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가 상승세를 돌아서면서 기업은행의 글로벌본드는 지연됐다. 지난해 11월 말부터는 발행 프로세스가 비교적 간단한 유로본드로 계획을 바꿨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어려웠다.

기업은행은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수출입은행의 글로벌본드 발행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조달 계획을 세웠다. 외화 조달을 놓고 오락가락하면서 발행 타이밍을 실기했고 설 연휴 전에 조달을 빠르게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23일 프라이싱을 실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로본드로 조달을 추진하다보니 미국 투자자의 수요는 기대할 수 없었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한국물이 아직 이머징마켓(EM) 채권으로 분류돼 금리 상승 시기에 수요를 찾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엄청난 호황을 누렸던 한국물의 스프레드가 타이트해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수출입은행과 연계된 조달 전략도 실패로 돌아갔다. 기업은행은 세컨더리마켓(유통시장)에서 수출입은행과 보통 5~6bp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둘 다 법적으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명시됐지만 지분율이 100%인 수출입은행과 다르게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 등이 55%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둘 간에 신용도 차이가 있어 금리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19일 3년물 가산금리를 3T+70bp로 결정했다. 기업은행은 3T+95bp로 이니셜 가이던스를 제시해 20bp가량 금리를 줄여 수출입은행과 5~6bp 정도의 차이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신용도 차이뿐만 아니라 발행 물량에서도 엄청난 격차가 있어 기업은행의 순진한 조달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국내에서는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모두 AAA 초우량 등급을 보유하고 있고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법적으로 명시돼 금리와 투자 수요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발행사가 꾸준히 채권을 공급해 세컨더리에서 활발히 거래가 이뤄지는 채권을 선호한다. 수출입은행은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는 국책은행이지만 기업은행은 1~2년에 한 번 꼴로 한국물 시장에 등장한다. 트럼프 당선 이후에 한국물 호황이 완전히 꺾여버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산금리를 비싸게 제시하면서 스프레드를 10bp 축소하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 딜은 주문량을 고려하면 겨우 성공한 딜"이라며 "한국물 호황이 끝난 만큼 지난해와 같은 생각으로 조달할 경우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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