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협회장 순번제, '빅5' 이기주의에 물거품 본업 충실·업무부담 과중 등 고사 이유...일각 몸사리기 비판도
이명관 기자/ 박상희 기자공개 2017-03-17 08:17:11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6일 15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수영 롯데그룹 석유화학BU장이 우여곡절 끝에 한국석유화학협회 1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허 회장의 연임 결심으로 석유화학협회는 협회장 공석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선임 방식을 추대에서 순번제로 변경하기 위한 3개월 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16일 "정기총회에서 협회장 선임 방식을 순번제로 바꾸는 안건이 올라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허수영 현 협회장이 차기 협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순번제 선출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석유화학협회는 지난해 12월 임시총회를 열고 협회장 선임 규정을 기존 추천제에서 순번제로 변경하는 안을 결의했다. 지난해 허 부문장이 협회장을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조치였다.
순번제 대상 회원사는 국내 대표 화학사인 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등 5개사였다. 이들 CEO들이 순번을 정하고 2년마다 돌아가면서 협회장을 맡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순번제는 제대로 시행되지도 못한 채 실패로 끝났다. 5개사 CEO들이 저마다 이유를 거론하며 협회장 자리를 고사했기 때문. 협회장 구인난 속에 정기총회는 한 달여 간 미뤄지기까지 했다. 결국 협회는 급히 선임 방식을 순번제에서 추천제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순번제 파행을 자초한 5개사들은 협회장직 고사의 이유로 명예직임에도 대관 등 업무 부담이 과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업인 소속 회사의 경영을 챙기면서 협회장 업무까지 담당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순번제 대상이 된 5개사의 고사 이유는 대부분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내용 일색이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룹에 속한 계열사의 CEO로서 그룹 회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외부 활동이 잦으면 오너에게 소속 회사 경영 활동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순번제 대상이 된 5대 화학사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 속해 있다.
5개사에 속한 기업 중 한 곳의 CEO는 협회장 등 외부 활동을 하면 해임될 수 있어 협회장직을 고사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그룹 차원에서 CEO의 대외 활동을 꺼리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순번제를 거부한 5대 화학사들은 지나치게 '몸을 사렸다'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순번을 정하기 위해 이달초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는 다들 첫번째 협회장직을 미루기에 급급했다.
LG화학을 제외한 4개사는 석유화학 업계의 큰 형님인 LG화학이 첫번째로 협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근 몇 년 간 번갈아가며 협회장을 맡아온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은 SK종합화학이나 대림산업 등 다른 곳이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협회장 자리에 오르지 않기 위해 서로 눈치만 본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일부 회원사는 특정 화학사를 거론하면서 면피할 이유만 찾았다"고 밝혔다.
다만 순번제 도입 노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허 협회장은 임기 내에 순번제 도입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협회장은 총회가 끝난 이후 "올해 순번제는 실패했지만, 기틀을 확립해서 회원사들이 협회장직을 고사해서 공석이 되는 일이 없도록 순번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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