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30일 08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년 간 수많은 증권사와 은행의 PB센터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프라이빗 뱅커(PB)들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해보고 싶어요. 이런 상품이 공모펀드로도 나와있는 건가요"하고 물으면 '백이면 백' PB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 이게 사모펀드라서 최소가입금액이 높아요. 1억 원 정도 여윳돈이 있으시면 저한테 맡겨주세요."사모펀드를 취재할 때마다 뭔지 모를 부담감이 밀려오면서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특별한' 재테크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운용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된만큼 최소가입금액은 1억 원이 아니라 3억 원, 5억 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바야흐로 '사모펀드의 전성시대'다. 지난해 사모펀드 시장 규모(250조 2000억 원)가 공모펀드 시장 규모(212조 2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런 상황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서 늘 사모펀드는 특별한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나 채널 전략 담당자들을 만나면 이에 대해 늘상 물어봤다. 그들의 대답은 "아니다"에 가까웠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널 전략 담당자 A씨는 "지난해 한참 인기를 끌었던 사모펀드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메자닌(Mezzanine)이나 부동산 자산을 담는 펀드였다"며 "하나같이 만기가 있는 자산이어서 중간에 자금 유출입이 클 경우 운용자체가 어려워 사모펀드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운용사의 채널 전략 담당자 B씨는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대상이나 비율에 대한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판매사에서는 사모펀드를 굉장히 전략적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상품이 특별하다기보다는 상품을 싸고 있는 포장지가 다를 뿐"이라고도 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고민이 밀려올 때쯤 '사모펀드도 내가 가입하고 있는 공모펀드와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계기가 생겼다. 얼마 전에 만난 펀드 매니저 C씨는 "한 은행의 대형 PB센터에서 운용하고 있는 펀드와 동일한 종목을 담아 사모펀드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운용펀드의 자(子) 펀드 형태로 사모펀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공모펀드와 다를 바 없는 데 따로 펀드를 추가 설정한 것이다.
환매가 자유로운 공모추가형 펀드를 두고 사모로 투자자들이 들어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고객 입장에서는 '맞춤형 펀드', '소수를 위한 펀드'라고 하면 관리가 더 잘 될 거 같다는 착시현상이 생긴다. 판매사에서는 고객들이 같은 날 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수익률 관리가 용이하다. 운용사는 큰 노동력의 투입없이 대규모 자금이 들어와서 좋다. '일석삼조'의 효과를 낸 것이다.
사모펀드를 영어로 Privately placed fund(Private fund) 정도로 옮길 수 있다. Private은 '개인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개인이나 집단 전용의', '은밀한' 이라는 뜻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쩌면 사모펀드 광풍은 상품 자체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은밀하게 관리받고 싶어하는 고객과 장벽을 높여 고액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한 판매사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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