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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입장 곤란해진 산은?…금호타이어 매각 변수 커질까후보 시절 '중국 매각 반대' 표명…거래 지연 가능성

김장환 기자공개 2017-05-11 09:58:30

이 기사는 2017년 05월 10일 12: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매각이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욱 안갯속에 빠졌다는 평가다. 대권 후보 시절부터 호남 민심 등을 고려해 금호타이어의 중국 기업으로 매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온 만큼 산업은행도 섣부르게 이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보다 유리한 정국이 펼쳐진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3월 18일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타이어(더블스타)로 매각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남겼다. 여타 유력 대선 후보들보다는 그나마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고용보장'과 '먹튀논란'을 언급하며 채권단의 신중한 매각 판단을 요구했다.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호남 민심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됐다.

문재인 페북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페이스북에 게재한 내용. 제공-페이스북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 지금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금호타이어 매각을 더욱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임기가 시작되는 현 시국을 고려하면 정권 교체 전 서둘러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는 상황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금융위원회 등 산업은행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당국의 수장 교체가 뻔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매각을 서둘러 완료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이는 역시 박 회장이다. 박 회장은 '금호' 상표권을 무기로 삼아 산업은행과 더블스타의 거래를 압박하고 있었다. 박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산업이 브랜드 저작권을 들고 있는 가운데 더블스타로 매각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용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면 금호타이어 인수 가치 자체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고, 이를 활용한 위상 올리기에 나서려던 더블스타의 인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더블스타는 산업은행과 맺은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약(SPA)상 '가격 조정'을 할 수 있는 권리조차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건 더블스타가 인수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을 그만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과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상태지만 여전히 묘수를 차지는 못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키를 들고 있고, 우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며 "향후 무언가 조치를 취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더블스타와 거래가 실패한 이후 얘기"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중국으로 매각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던 문 대통령 정부까지 출범하면서 산업은행의 입장은 보다 곤란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와 이에 대한 논의를 해보고자 해도 이는 금융기관 수장들의 인선이 확정된 후에나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어떤 경우라도 금호타이어 매각 시점이 차일피일 밀리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더블스타와 산업은행에게 매각 완료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는 9월까지 거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재매각 절차에 돌입해야 하고 박 회장이 들고 있는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도 되살아난다.

이런 가운데 박 회장이 이번 거래에서 보여준 행보는 시장에 "내가 아니면 회사를 살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킨 결과를 낳았다. 인수를 원하는 곳은 박 회장과 함께 손을 잡아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어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인수전에 함께 뛰어들 컨소시엄 투자자를 모집하기가 보다 수월해지게 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분류됐고, 그 다음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후보들조차 금호타이어 매각은 반대 입장을 표했던만큼 정치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산업은행이 이미 어느 정도 방향성은 정해놓고 있었을 것"이라며 "더블스타로 금호타이어 매각은 사실상 실패하게 됐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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