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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1년 장고 끝 시장성 조달 재개 회사채 RFP 발송, 메이저 증권사 선별…2000억 추진, 트랜치는 IB에 위임

양정우 기자공개 2017-09-22 08:36:33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9일 1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추진과 철회를 거듭하던 삼성물산이 1년여 간의 장고 끝에 결국 발행을 결정했다.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이자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속에서 시장성 조달을 속행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삼성그룹은 한 때 3조 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찍어낸 '빅이슈어'였다. 하지만 올해 발행에 나선 건 이부진 대표가 수장인 호텔신라가 유일했다. 오너에 대한 법정 공방이 가열될수록 회사채 발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었다.

19일 IB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달 초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를 선별해 회사채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번 RFP에서 삼성물산은 다소 이례적인 방식으로 제안서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명시한 숫자는 모집가액으로 제시한 2000억 원뿐. 트랜치(tranche) 등 다른 조건은 모두 증권사가 직접 써내도록 요구했다.

채권 실무자가 체감하는 현재 부채자본시장(DCM)의 수급 상황을 짚어보는 동시에 신용등급 AA+인 삼성물산이 누릴 수 있는 최적의 발행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로 관측된다.

삼성물산은 회사채 발행 측면에서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다. 올해를 제외하면 과거 수년 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회사채를 찍어왔다. 그룹 전체의 발행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IB업계에서 이번 딜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RFP를 접수한 증권사들은 이번 회사채를 단지 1건의 딜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 총수의 1심 선고 이후 삼성그룹에서 시도하는 첫 번째 회사채"라며 "이번 공모채의 발행 과정에 삼성 계열사가 주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일단 모집가액을 2000억 원 규모로 설정했지만 실제 발행 물량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선 증액 발행을 시도하지 않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관 투자자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너도나도 발행 규모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달 회사채를 발행한 AA급 연합자산관리도 수요예측 이후 역시 증액을 단행했다.

발행금리도 우량등급 회사채의 경우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의 민평금리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서 확정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3년물의 경우 2.26%(KIS채권평가 기준 민평금리) 미만으로 결정될 여지가 많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DCM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동안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전부 현금으로 상환해 왔다. 올 들어 총 77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갚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 말 별도기준 삼성물산은 총 1조 4219억 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회사채 만기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시장 지위를 고려한 재무적 버퍼(Buffer)를 유지하려면 더이상 회사채 발행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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