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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의 지주사 유산 '아모레퍼시픽 지분 10%' [오너십의 탄생]③'유리한 교환 비율' 수혜, 시가 1.7조 승계 활용도↑

박창현 기자공개 2017-10-19 08:24:13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7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 장악력을 극대화시켰다. 지주사 전환이 남긴 유산은 또 있다. 당시 지주사와 사업회사 주가가 최대주주 측에 유리하게 형성되면서 지주사 전환 후에도 사업회사 지분을 10% 넘게 남길 수 있었다. 잔여 지분 시장 가격은 현재 1조 7000억 원이 넘는다. 경영권과 무관한 지분인 만큼 향후 승계 등에 다각도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서 회장은 2006년 지주사 전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핵심 계열사인 '태평양'을 투자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과 사업회사 '아모레퍼시픽'으로 분할한 뒤, 아모레G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됐다.

아모레G는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분할 후 6개월 뒤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방식은 간단했다. 아모레퍼시픽 주주들로부터 보유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아모레G 신주를 발행해 지급했다.

교환 비율은 당시 양 사 주가 추이를 고려해 결정됐다. 분할 직후만 하더라도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시초가는 각각 16만 3000원, 38만 8500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후 아모레G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한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호황에 힘입어 고공 행진을 펼쳤다.

결국 최종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주당 현물출자 가격은 46만 8500원으로 정해졌다. 반면 아모레G 신주 발행가격은 주가 약세 여파로 12만 3800원으로 확정됐다.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1주를 현물출자하면 아모레G 신주 3.78주를 받을 수 있는 거래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교환 비율 상승은 서 회장 등 오너 일가 측에 전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배 주주는 현물출자 유증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지주사만 장악하면 전체 그룹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물출자 유증 청약 결과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청약 결과, 총 116만 5655주의 아모레퍼시픽 주식이 모집됐다. 이 가운데 86%에 해당하는 100만 2697주가 바로 오너 일가 측 물량이었다. 서 회장 개인 청약 주식만 92만 주가 넘었다.

서 회장은 현물출자 대가로 아모레G 신주 349만 여주를 확보했다. 발행 신주의 79%를 손에 쥐면서 지주사 지분율이 기존 26%에서 55%까지 급상승했다.

서경배

지주사 발행 신주를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서 회장이 확고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다. 지주사 전환이 남긴 유산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최대주주 측에 유리한 교환 비율이 형성되면서 서 회장은 보유 중인 아모레퍼시픽 지분 중 일부만 현물출자로 내놓고도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실제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155만 주 가운데 60%만 현물출자를 했다. 나머지 62만 여주는 현재까지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발행 주식(보통주)의 10.7%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5년 주식 분할 절차를 거치면서 주식수는 10배 더 불어났으며, 매매 거래가 전무했던 탓에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업계는 잔여 지분이 사실상 경영권 외 지분으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최대주주는 아모레G로 35%가 넘는 의결권 지분을 갖고 있다. 상장사 지배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따라서 서 회장은 지배력 희석 리스크 없이 보유 지분 처분이 가능한 상태다.

이미 지주사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은 낮다. 결국 해당 자산을 승계 등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적통 후계자인 장녀 서민정 씨는 아모레G 지분이 2.9%에 불과하다. 추가 지배력 확보를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서 회장 보유 아모레퍼시픽 지분은 그룹 전체 지배력과 무관하고 현금화가 수월하다는 점에서 승계 재원으로서 전략적 활용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경배 회장처럼 지주사와 사업회사 간 주식 교환 후에도 사업 회사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는 사례는 드문 편"이라며 "1인 지배체제가 구축된 상태인 만큼 해당 지분은 사실상 보너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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