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22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대치동의 도화엔지니어링(이하 도화) 사옥 1층에는 도화 역사관이 있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역대 회장 및 사장단 연혁 △사명 및 사옥의 역사 △故 김해림 선대회장 및 곽영필 회장 이력 △주요 수상품목 △부문별 주요사업 소개 △엔지니어링 관련 서적 등이 전시돼 있다."그동안 일하는데 바빠서 역사에 남을만한 기념품이 많지 않았다. 기념관 만드는데 꽤 고생을 했다"는 도화 관계자의 말처럼 화려함보다는 조촐하고 소박함이 묻어나는 장소다.
도화 역사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세항 회장의 50년 근속 표창장이다. 30년, 40년도 아닌 무려 50년이라는 기간도 놀라웠지만 오 회장이 현재 오너(owner)인 곽영필 회장과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전문 경영인 출신이라는 점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1942년생인 오 회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1965년 도화에 입사했다. 도화가 설립된지 10년도 채 안된 시기로 당시 국내에는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다. 그는 곽 회장이 김해림 선대회장으로부터 1979년 도화를 넘겨받기 이전부터 도화에 자리를 잡았다. 도화 근속연수는 곽 회장보다 오히려 위다.
곽 회장이 도화를 인수하면서 함께 이동해 온 이들은 서울시 건설부 출신의 유재소 회장, 김영윤 회장, 정조화 회장 등이다. 이들은 모두 도화의 회장과 사장을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상대적으로 오 회장은 곽 회장이 총애하는 서울시 건설부 출신은 아니지만 오직 도화에서만 근무하면서 축적한 기술력과 경험,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회사는 그를 1995년 사장으로 임명했고 2013년에는 회장을 맡겼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패기 넘치던 대학생은 50년 뒤 샐러리맨 신화를 완성했다.
도화는 오 회장에게 회장이라는 직함만 맡긴 것이 아니라 그를 회사의 지분을 가진 주주로 대접했다. 오 회장은 2010년 8월 도화가 상장하면서 주식공모에 참여해 84만주를 취득했고 2013년 2월 무상증자를 통해 84만주를 추가했다. 오 회장의 지분율은 몇 차례 증여를 통해 낮아지긴 했지만 3.24%나 된다. 소속 직원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조금이라도 성과가 떨어지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냉정한 대한민국 기업의 현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도화가 오너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에게 회장직을 맡기고 50년간 동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능력 기반의 인사 평가와 함께 서로를 동업자로 인정해주는 기업 문화 덕분이다. 곽 회장은 1990년 회장으로 물러난 이후 30년 가까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자신과 함께 도화로 이동한 건설부 후배들을 믿고 회사를 맡겼고 이들에게도 지분과 함께 회장직을 넘겨줬다. 심지어 같은 직장 후배가 아닌 오 회장에게도 같은 기회를 줬고 중책을 맡겼다.
도화의 미담이 국내 다른 기업에도 확산되기를 기원해본다. 신입으로 들어온 직원도 능력을 검증받았다면 그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오너처럼 대접해주는 도화의 문화는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오너의 지배력이 지분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도화가 깨닫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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