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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AI의 미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우리알파고가 인공지능의 대명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다큐 <알파고>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공개 2018-01-30 14:13:10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9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모 회계법인에서 ‘수퍼플루이드(Superfluid) 시대의 기업 대응 전략'이라는 주제로 신년 조찬 세미나를 열었다. 이른바 ‘미들맨'(Middleman)이 사라지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확산 속도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빨라진 환경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논의된 매우 흥미로운 자리였다.

그런데 대응 전략의 설정을 위해 제시된 성공사례들만큼이나 주목을 끈 것은 바로 수퍼플루이드 환경의 기반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지목된 기술들이었다. 3D 프린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블록체인, 모두 미래의 범용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 후보로 잘 알려져 있는 것들이기는 하다.

그런 다소 식상하게 들리는 기술들이 주목을 끈 진짜 이유는 지난 몇 년간 한 번씩 돌아가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잠잠해진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과 2015년엔 3D프린터가, 2016년엔 알파고를 앞세운 인공지능이, 지난해엔 반도체 업체들간의 초대형 M&A를 만든 사물인터넷이 주인공이었고, 지난 몇 달 동안은 블록체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흠칫 알파고 충격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를 강타한 것이 벌써 2년 가까이나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경외와 우려가 공포로까지 연결되었던 기억은 희미해지고,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된 뉴스가 나와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내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난 하나의 이벤트에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었던 당시의 상황은, 앞으로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아주 낮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데미스 허사비스를 비롯해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주요 스탭들은 물론,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회장 에릭 슈미츠까지 현장에 와있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세돌과 알파고 사이의 대국과 그 앞 뒤의 기자회견 장면들만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세돌이 인공지능인 알파고에 무너졌다는 충격적인 사실 자체가 워낙 폭발력이 컸기 때문에, 앞뒤 맥락과 디테일은 생략되고 무시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도 공개된 다큐멘터리 '알파고'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도 공개된 다큐멘터리 '알파고'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도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알파고>(Alphago)가 전세계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무엇보다 개발 초기에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 후이 2단을 초청하여 연습 대국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그를 팀으로 합류시켜 알고리즘을 개선한 후, 마침내 이세돌과의 대결을 마무리하기까지의 맥락을 차분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존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의미심장한 두 개의 영상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 첫 번째는 제2국 중간에 이세돌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다 잠시 옥상으로 나가 혼자 담배를 피는 장면이다. 극도로 외롭고 초조해 보이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당시 그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 컸던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제4국에서 알파고가 결정적으로 실수에 가까운 수를 두고 난 후에 백스테이지에 있던 딥마인드 스탭들이 당황하는 장면이다. 혹시 큰 뜻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지 못 하지만 승리 확률이 급락하는 것이 확인되자, 그 원인을 알아낼 방법을 몰라 불안해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결하는 양측이 각각 당황하는 모습을 담은 이 두 장면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그 피사체가 모두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바둑계를 은퇴한 알파고가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의 우리의 반응을 미리 보는 듯 한, 그래서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다큐 <알파고>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vYAYnHHVy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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