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19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과 한 달새 두번째 이뤄진 방문이었다. 사전에 특별한 언질도 없었다.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만 했을 뿐이다. 1시간 넘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상대방은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답변을 내놨다.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은행의 가장 윗선에 앉아 있는 회장이 기자실을, 그것도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방문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거쳐온 어떤 출입처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 대한 얘기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돌발 행동'을 처음 접한 건 지난달 15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있었던 소규모 행사에서였다. 산업은행은 당시 출입기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기업구조조정 설명회를 가졌다.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프리패키지드플랜 등의 명확한 차이를 알려주는 자리였다. 당시 모인 기자들은 20명 남짓에 그쳤다.
설명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행사장에 들어섰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로 부침을 겪고 있던 때다. 이 회장은 "어려움이 있고 잘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다. 한국GM 지원에서부터 금호타이어 매각, 대우건설 사장 선임 문제 등등. 이 회장은 1시간 가량의 질의응답을 끝낸 뒤 자리를 떠났다.
이 회장은 이후 지난달 28일과 이달 13일에도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가장 핫한 이슈였던 한국GM과 금호타이어 문제를 회장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취재 자체가 쉽지 않은 사안들이었다. 이해당사자간의 말이 다 달랐다. 이런 상황에 이 회장이 직접 답을 전해주니 신뢰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기자실을 오겠다고 했다.
수많은 행사와 만남을 이어가야 하는 회장 직분에서 쉽지 않은 일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권위의식을 내려놓아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동안 숱한 출입처를 돌면서 이 같은 행보를 보인 회장은 처음 마주했다. 회장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를 계속해나가겠다고 했다. 여론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소통법이 최근 숱한 문제들로 의기소침해 있는 산업은행에 힘이 되어줬으면 한다. 대외 공식 소통 창구가 부실하다는 산업은행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는 쇄신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감독당국의 압박 등으로 인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타 금융사 수장들도 이 회장의 소통법을 눈여겨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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