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자본' 허들에 걸린 미래에셋그룹 [금융그룹 통합감독 영향분석]미래대우-네이버 교차출자 '자본' 미인정…손실흡수력 부족 이유
원충희 기자공개 2018-04-27 08:46:38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6일 15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네이버와의 자사주 상호매입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그룹 통합감독 자본적정성 산출에서 이를 제외한다는 입장이다. 당국의 판단은 회계기준 자본과 감독기준 자본(이하 규제자본)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교차출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은 손실흡수능력이 부족해 규제자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지난해 5월 서로 자사주를 5000억원씩 매입했다. 자사주는 재무제표상 자본에서 차감되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나 두 회사는 상호매입을 통해 자본으로 인정받고 의결권도 되살렸다. 작년 3월 말 6조7000억원이던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6월 말 7조2000억원으로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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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 부분을 금융그룹 통합 자본적정성 평가에 반영치 않을 방침이다. 지난 25일 개최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우호그룹 간 교차출자를 예로 들며 금융그룹 자본의 충실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회사명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미래에셋대우-네이버의 자사주 상호매입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은 정황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을 하나의 소그룹으로 묶어 감독하는 방식이다. 개별사 감독만으로는 계열사 간 출자 및 부실위험 전이 가능성 등을 효과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감독의 핵심은 그룹 통합 자본적정성 평가인데 그룹 적격자본 대비 통합 필요자본을 100% 이상 갖춰야 한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확보한 미래에셋대우의 자본 5000억원은 적격자본에서 빠지게 된다.
금감원의 판단근거는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제7-5조(자기자본의 계산방법)다. 이 조항에는 다른 금융기관과 상호보유하고 있는 자본조달수단(주식, 부채성자본조달수단, 만기 5년 이상 후순위채권 등)이 교환, 스왑 등의 방법이나 명시적 또는 묵시적 계약에 따라 취득한 것이라면 자본비율 산식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상호 보유한 자본조달수단이 자본비율 제고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입증한 경우는 예외다.
네이버를 금융기관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긴 어려우나 금감원은 통합감독에도 이 세칙을 준용했다. 두 회사의 교차출자는 결국 지배력 강화,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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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금감원은 재무제표상 자기자본이 아니라 별도의 산식을 동원해 자본적정성을 감독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회계기준 자본과 감독기준 자본의 인정범위가 다른 탓이다. 실제로 작년 말 미래에셋대우의 재무재표상 자기자본은 7조3845억원인 반면 규제자본인 영업용순자본은 5조8300억원이다. 1조50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계기준 자본은 유사시 변제 후순위성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반해 규제자본은 손실흡수능력을 우선적으로 보는 구조"라며 "감독당국이 자본규제를 하는 이유는 과도한 자산증가를 방지하고 큰 부실이 생겼을 때 감내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은행법, 보험업법 등 금융관계법령을 보면 자기자본 인정범위를 '손실을 보전(補塡)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그룹 통합 자본적정성 평가 역시 그룹리스크를 감내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자본 수준이 적정한가를 보는 방식이다. 미래에셋대우-네이버 간 교차출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을 그룹 적격자본에서 배제한 것도 규제자본 산출원칙에 따른 결과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호그룹 간 교차출자는 통상적으로 매각제한, 경영권 침해금지, 우선매수권 등 옵션이 붙어있어 처분이 어려운 탓에 필요할 때 활용하기 힘들다"며 "이는 법규상 자본충실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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